시인은 우리 현대시사에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놓고 자신만의 투시력으로 촘촘하게 해독한다. 마실 가듯 편하고 가벼운 독서감상문 형식의 글과, 소설과 대담, 드라마 형식까지 차용한 글에 엄정한 비평적 성격의 글까지, 시인은 글쓰기 형식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리고 그 형식의 파괴에 걸맞게, 현대시 연구에서 관행처럼 용인되어 온 고정관념들과 그 방향과 종점에서 완전히 어긋난 내용을 담음으로써 시 쓰기와 시 읽기는 늘 어떤 혁명적 행위라는 점을 웅변하다. <BR>
1부 시 가볍게 읽기
생이 없는 죽음과 아포칼립스의 현장 이정록 〈부검뿐인 생〉
새금거리면서도 사늘한 언어의 향기, 혹은 극세필의 결곡한 밑그림 오탁번 〈춘일〉
절대언어와 초현실주의적 상상력 김남호 〈뉴튼에게 경의를 표함〉
동백, 민초의 하늘에서 채화採火한 송수권 〈백련사 동백꽃 1〉
생명의 훈향과 아프고 아름다운 진언眞言 장옥관 〈하늘우물〉
능소화, 또는 처연하도록 허허로운 떨림 김수복 〈하늘민박〉
‘미래시’의 문제와 동백숲의 얄궂고 질탕한 사련邪戀 정끝별 〈춘장대 동백숲〉
세상과 사람과 언어를 읽는 정직함 정일근 〈사과야 미안하다〉
부세를 건너는 것들의 황량한 허기 김신용 〈굴비〉
물성物性들의 혼곤하고 아름다운 엇섞임, 또는 퍼즐 풀기의 즐거움 김춘수 〈거지 황아전〉
언어와 우주의 그늘에 덴 듯한 내통 정진규 〈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
조락과 죽음의 스산한 상상력 장석주 〈빙하기 예감〉
쓸쓸하고 경건한 떨림, 혹은 생의 환멸과 고독
황학주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나〉
허방다리에 빠지는 허허로운 속도감 최정례 〈남천南天의 눈〉
에로티시즘의 얄궂고 맹랑한 상상력 권자미 〈수상그르다〉
시조의 현대성과 여백의 미학 정경화 〈능소화〉
자객과 같은 가을과 고독의 숙명성 안현미 〈계절병〉
국숫발의 희고 길고 여리고 슴슴한 슬픔 윤관영 〈국수를 삶는〉
새물내를 맡는 것 같은 시 손택수 〈강이 날아오른다〉
벚꽃의 심상적 변태와 언어의 조도 홍신선 〈마음경經 44〉
모국어의 온도와 따뜻하게 슬픈 페이소스 이영식 〈돼지부속 집〉
가슴 서늘한 모국어의 속살 이상규 〈씨받이할매〉
스산하고 쓸쓸한 통증, 또는 늦은 꽃에 대한 사유 김종태 〈늦은꽃〉
이미지의 산뜻한 비파괴공법 심언주 〈심심해〉
2부 시 다르게 읽기
시의 진정성과 ‘화전민의식’ 고은 〈스무 살〉
놋요강 표면에 쨍쨍거리는 봄햇볕과 그윽하게 발효하는 한恨
서정주 〈영산홍映山紅〉
산사 한용운 〈알ㅅ수업서요〉
마두금과 별빛들을 위한 랩소디 박정대 〈마두금馬頭琴 켜는 밤〉
10분, 혹은 15분 사이 고진하 〈푸줏간 앞에서〉
3부 시 깊게 읽기
다시, 미당을 위한 잡념 서정주 〈우중유제雨中有題〉
즉물성卽物性의 건조한 아름다움, 또는 절대언어 김수영 〈풀〉
4부 시인 깊게 읽기
신병神病, 검은빛과 황금빛 펜터치로 사생寫生한 눈부신 전율 서정주
자기 연민이 빚어낸 극채極彩의 미인도 한용운
언어의 공교한 채집과 발굴, 그 투명한 언어의 광합성光合成 오탁번
발묵潑墨과 설채設彩의 조촐한 향기, 또는 회사후소繪事後素의 시학 정진규
한 정직한 퓨리턴의 좌절 김수영
시다움의 의미와 방향 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