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

미디어추천도서

저자 : 심경호

판형 : 신국판 면수 : 464 쪽

발행년월일 : 2011-06-15

ISBN : 978-89-7641-747-3 93910

단행본 

가격 : 23,000

현대의 여행은 대개 편안함과 편리함을 추구한다. 거기에 약간의 고난과 역경을 금전을 주고 산다. 하지만 여행이 본래 고생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 고생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나갈 생명력을 환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의 여행이 반드시 과거의 여행보다 질적으로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현재보다 훨씬 불편했을 노정에서, 지금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의 고통과 기쁨을 경험했다. 때로는 현실의 질곡을 박차고 일어났고, 때로는 역사지리의 공간을 조사하러 나섰으며, 때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 때문에 떠돌아야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당대의 현실을 뛰어넘어 무언가 장대한 이상을 꿈꾸거나, 현실의 틀을 분쇄할 만한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차서, 자기가 본래 있었던 공간으로 되돌아왔다. 그들은 자석에 이끌리듯, 본래의 거처로 돌아가거나, 돌아가고자 했다.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는 듯이 원래 그 자리로 돌아가, 그 모든 것들이 다 자기 것인 양 느꼈다. 마치 귀향하기 위해 그 먼 길을 돌아왔다는 듯이 안도했다. 여행에 관한 기록이나 여행의 체험이 담긴 시문을 살펴보면, 여행이 그들의 내면을 변혁시킬 큰 계기가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것이었든 공적인 것이었든, 우연적인 것이었든 계획적인 것이었든,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것에 몸을 내맡기는 행위는 곧 자신을 허무 속으로 내던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20여 편의 여행 기록들은 저자들의 내면 기록인 동시에, 각종 역사적 사실을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사료이기도 하다. 작가가 여행을 삶의 어떠한 요소로 생각했는지 살펴볼 수도 있고, 작가의 우연한 기록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여행 기록을 통해 상상의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간접 체험의 정수를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마쓰오 바쇼가 말한 진기하고 새로운 여행 기록의 모음집인 동시에, 독자의 간접 체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여행 기록 독법서라고 할 만하다.

한국 고전문학과 여행
노정기路程記와 서정시의 만남 혜초慧超,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시로 엮은 원나라 내지의 여행 기록 이제현李齊賢, 《서정록西征錄》
자유를 추구한 깨끗한 놀이 김시습金時習, 《사유록四遊錄》
표류로 인한 의외의 견문 확장 최부崔溥, 《표해록漂海錄》
전쟁과 여행 노인魯認의 《금계일기錦溪日記》와 조위한趙緯韓의 《최척전崔陟傳》
산사와 서원의 탐방 기록 정시한丁時翰, 《산중일기山中日記》
백두산 정계 시말 김경문金慶門 구술, 홍세태洪世泰 서술, 〈유백두산기遊白頭山記〉
일본 여행의 견문 보고 신유한申維翰, 《해유록海遊錄》
일본 나들이와 문학수업 김인겸金仁謙의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와 이언진李彦瑱의 〈해람편海覽篇〉
상대주의적 사유의 결정체 박지원朴趾源, 《열하일기熱河日記》
춘천의 역사고증과 상심낙사賞心樂事 정약용丁若鏞, 《천우기행穿牛紀行》과 《산행일기汕行日記》
남자의 복장으로 떠난 산수 유람 김금원金錦園,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

중국 고전문학과 여행
장강을 거슬러오른 역사기행 육유陸游, 《입촉기入蜀記》
제국인의 우월감으로 이민족의 풍토 바라보기 주달관周達觀, 《진랍풍토기眞臘風土記》
이른바 칙사의 눈으로 본 조선의 풍습 동월董越, 《조선부朝鮮賦》
감각의 여로 원굉도袁宏道, 《화숭유초華嵩遊草》
광인인가 소요객인가 서홍조徐弘祖, 《서하객유기徐霞客遊記》
수면 아래 잠긴 외교적 갈등 이정원李鼎元, 《사유구기使琉球記》

일본 고전문학과 여행
구법과 선진 문화 수용의 길 엔닌圓仁,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
예술혼의 승화와 내면 응시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오쿠노호소미치おくのほそ道》
에도 서민의 폭소 여행 짓펜샤 잇쿠十返舍一九, 《도카이도추히자쿠리게東海道中膝栗毛》

저자 : 심경호

1955년 충북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일본 교토(京都)대학 문학박사.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강원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의 조교수를 거쳐,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한문학과 교수 역임.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장 역임. 저서로 《강화학파의 문학과 사상》(단독 및 공저 1-4), 《조선시대 한문학과 시경론》, 《국문학 연구와 문헌학》, 《한학입문》, 《한국 한문기초학사》 1-3, 《다산과 춘천》, 《다산의 국토 사랑과 경영론》,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 《김시습 평전》, 《안평―몽유도원도와 영혼의 빛》, 《한국한시의 이해》, 《한시기행》, 《한시의 세계》, 《한시의 서정과 시인의 마음》, 《한시의 성좌》, 《김삿갓 한시》, 《한문산문의 내면풍경》,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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