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양피지 1

2000년 2분기 이달의 청소년도서

저자 : 고려대학교 출판부

판형 : 변형신국판 면수 : 244 쪽

발행년월일 : 2000-02-25

ISBN : 89-7641-397-0

단행본 

가격 : 8,000

이 책에 붙여진 “기억의 양피지”라는 제목은 알게 모르게 보들레르와 프루스트의 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이 책을 내면서 갖게 되었던 독자에 대한 한가지 바람, 다름아닌 이 책의 미래의 용도에 대한 우리의 소망에서였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은 정보화와 세계화로 대표되는 물질문명과 상업주의의 급속한 흐름속에서, 근본은 잊어버린 채, 장미빛 거품과 물방울 속에 둘러싸여 하루 하루를 보내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생각하는 삶, 보다 나은 삶, 만족스런 미래의 비전이 시작되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물음과도 통하는 것이며, 이미 우리는 그 해답을 알고 있다. 인간을 위한 미래와 창조적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의 지적사고이며, 이러한 지적사고의 형성과 발전은 책을 통한 독서와 사색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기에, 우리는 애써 다른 길,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 보이는 손쉬운 길을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여러 권의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내용요약의 헤제도 아니며, 현학적인 지식의 도구또한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원전으로 향하는 이정표의 시작일 뿐이며 보다 많은 시간을 요하는 꼼꼼한 책읽기로의 초대장에 불과한 것이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장면에 나오는 저 유명한 일화는 이 책의 발간 취지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마들렌느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한 모금의 차를 마시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쾌감과 벅찬 기쁨을 맛보는 소설의 주인공은 두 모금째 마셨을 때는 최초의 느낌 이상의 것은 없었고, 세 모금째에 이르러서는 차의 효과가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그만 마셔야 한다. 내가 구하고 있는 진실은 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차는 진실을 눈뜨게 해주었지만, 차츰 힘을 잃어가면서 계속해서 같은 증언을 되풀이할 뿐이다.” 이 책은 여러 독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한 순간을 제공해 주는 매개물인 것이다. 한 편의 영화, 아련한 선율, 은은한 향기 등을 통해,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과거의 소중한 기억들을 찾는 그 행복한 순간의 재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며, 지적사고와 인간 의지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아득히 깊은 미지의 곳에 잠겨있다가 마침내 우리의 뚜렷한 의식의 층위로 도달하는 아련한 기억의 소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단 하나의 소망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33편의 고전 명저들을 선별한 이 책은 수많은 보고를 간직한 기억의 양피지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1975년에 출간되었던 ≪교양명저 60선-논저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25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속에 다소간 낯설고 어색해진 표현들을 가능한 한 오늘의 우리에게 맞게 고치려고 노력하였고, 변화된 내용들을 수정하였다. 원저자들의 의도와 표현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비한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비함 역시 독자에게 이차적인 독서와 원전과의 대조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우리의 발간 목표에 부응하는 것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플라톤의《향연》
공자의《論語》
장주의《장자》
J.로크의《市民政府論》
파스칼의《팡세》
M.베버의《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
C.다윈의《種의 기원》
E.H.카의《역사란 무엇인가》
E.프롬의《자유로부터의 도피》
B.러셀의《행복의 획득》
A.J.토인비의《역사의 연구》
J.듀이의《민주주의와 교육》
S.프로이트의《꿈의 해석》
M.K.간디의《진실을 찾아서》
W.뒤란트의《철학이야기》
신약성서(新約聖書)
F.니체의《비극의 탄생》
A.카뮈의《시지프의 신화》
A.N.화이트헤드의《과학과 근대세계》
J.A.슘페터의《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H.마르쿠제의《일차원적 인간》
R.F.베네딕트의《국화(菊花)와 칼》
G.가모의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H.리드의 《예술의 의미》
《近代韓國史論選》
一然의《삼국유사》
J.L.모노의《우연과 필연》
S.A.키에르케고르의《죽음에 이르는 병》
R.데카르트의《방법서설(方法敍說)》
S.de.보부아르의《제2의 性》
H.M.맥루언의《미디어의 이해》
C.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A.슈바이처의 《나의 생활과 사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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