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동아를 상상하다

저자 : 이와모토 겐지(岩本憲児)
역자 : 박영산, 이상우, 서은영

판형 : 신국판 면수 : 284 쪽

발행년월일 : 2017-08-11

ISBN : 978-89-7641-931-6 93680

단행본 

가격 : 23000

《영화, 대동아를 상상하다》는 일본의 문학, 예술 분야 전문 출판사인 신와사森話社가 펴낸 일본영화사총서 중 제2권 『映画と「大東亜共栄圏」』을 옮긴 것으로, 이 책은 일본 근대영화사 연구의 권위자인 이와모토 겐지岩本憲 교수가 기획하였다. 이 책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대륙 침략이 노골화되기 시작하는 1931년 만주사변부터 1945년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에 이르는 이른바 ‘15년 전쟁’ 시기의 아시아 영화를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는 12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시기 일본은 메이지시대에 일으킨 두 차례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이데올로기를 계승하여 이른바 ‘아시아주의’라는 미명 아래 대외적 팽창주의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하였다. 아시아주의라는 환상, 이것은 제국 일본에 의한 아시아 침략과 지배라는 야욕의 발톱을 교묘히 감추고,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여러 민족이 연대하여 서양과 구별되는 아시아적 가치를 추구하자는 그럴듯한 초민족적 연대의 환상을 심어 주는 표현이었다. 제국 일본의 아시아주의는 일찍이 메이지시대에 서구 제국주의의 동양 침탈에 맞서기 위한 동양연대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1930-40년대에 이르면 ‘대동아大東亞’, 혹은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이라는 심상지리적 장밋빛 환상으로 구체화되기에 이른다. 1930-40년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제국 일본 주도의 동아시아 거대블록 내에 존재했던 영화 제작, 유통, 상영 시스템이 작동했던 동아시아 영화블록을 가리켜 ‘대동아영화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모토 겐지 교수의 서론은 대동아영화권의 주축인 일본영화와 대동아영화권의 관련 양상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총론에 해당한다. 이 시기 일본의 대륙침략으로 인해 반식민지적 상황에 놓인 중국영화계는 만주영화와 상하이영화로 크게 양분되는데, 만주영화가 만영滿映이 제작한 일제의 만주 지배를 합리화하는 선전 영화가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면 상하이 영화는 중국인의 항일구국운동 정신이 반영된 양상을 보여 준다. 고세키 가즈히로와 장신민이 쓴 글은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반면 대륙을 대상으로 한 영화는 대륙 바깥의 시선에 의해 포착되기도 한다. 후지이 진시는 제국 일본 영화인들의 시선에 의해 포착되고 묘사된 중국 대륙의 표상이 어떠한 영화적 굴절을 보여 주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대륙을 침략자의 시선으로 왜곡하여 묘사한 이른바 대륙영화에 대한 중국인 학자 얀니의 시선도 새로운 것이다. 대동아영화권 내에서 활동했던 영화인들이 대동아라는 환상과 전쟁, 침탈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무엇을 고민했는지에 대해 마이클 버스켓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런가 하면 오카다 히데노리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제국 일본이 자행한 영화 공작을 추적해 대동아영화권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대동아영화’의 창출을 위해서 웃음과 동심의 순수함마저 동원될 수밖에 없었는데, 일본 아사쿠사 흥행계의 희극 스타 에노켄이 어떻게 희극영화를 통해 제국의 침략 이데올로기 선전에 동원되는지, 그리고 일본 아동의 순수한 동심을 자극했던 만화영화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전쟁 선전의 도구로 동원되는지는 다루미 치에와 아키타 다카히로의 글에서 잘 분석되고 있다. 결론에 해당하는 이와모토 교수의 글은, 내셔널리즘과 모더니즘의 표리관계, 그리고 일본 영화인들이 이데올로기에 흔들렸던 것과 개인이 체제에 저항하기란 얼마나 버거운 일이었는가를 차분하게 예증하고 있다.

서론 : 아시아주의의 환영幻影 ― 일본영화와 대동아공영권(이와모토 겐지岩本憲児)
Ⅱ. 만철 기록영화와 ‘만주’ ― 이향異鄕 지배의 시선(고세키 가즈히로小関和弘)
Ⅲ. 항일구국운동하의 상하이영화계 ― 만주사변에서 제2차 상하이사변으로(장신민張新民)
Ⅳ. 상하이 난징 베이징 ― 도호東宝문화영화부 〈대륙도시 삼부작〉의 지정학(후지이 진시藤井仁子)
Ⅴ. ‘대동아영화’로의 계단 ― ‘대륙영화’ 시론試論(얀니晏妮)
Ⅵ. 영화인들의 ‘제국’ ― ‘대동아영화권’의 다양한 모습(마이클 버스켓Michael Baskett)
Ⅶ. 전시하의 대만영화와 〈사용의 종〉(훙야웬洪雅文)
Ⅷ. 1940년 문화공간과 에노켄의 〈손오공〉(다루미 치에垂水千恵)
Ⅸ. 만화영화의 웃음과 영웅 ― ‘모모타로桃太郞’와 전쟁(아키타 다카히로秋田孝宏)
Ⅹ. 남방南方에서의 영화공작 ― 〈거울鏡〉 앞에 선 ‘일본영화’(오카다 히데노리岡田秀則)
Ⅺ. 내셔널리즘과 모더니즘 ― “그 기旗”는 맞고 떨어졌을까?(이와모토 겐지岩本憲児)
보론 월경越境하는 식민지 조선의 극장 ― 영화관의 다이글로시아와 리터러시(이상우李相雨)

저자 : 이와모토 겐지(岩本憲児)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 명예교수. 영화사, 영상론 전공. 《日本映畫の海外進出—文化戰略の歷史》(編著, 森話社, 2015), 《時代映畫 の誕生—講談·小說·劍劇から時代劇へ》(吉川弘文館, 2016) ... more

역자 : 박영산

박영산(朴英山, Park Youngsan)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 비교문학비교문화 전공 연구과정(1994-1996)을 거쳐, 고려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판소리와 조루리(浄瑠璃)의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2006-2009)를 역임하고, 현재 교토 국제일본문화연구센타 공동연구원이다. 주요 논저로는 《근대일본연극논쟁사》(2003, 공역), 〈변사(辯士)와 벤시(弁士)의 탄생에 대한 비교연구〉(2013)〉, 《한국 비교 문학 서지 연구》(2016, 공저)등이 있다.... more

역자 : 이상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극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영남대학교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현대희곡, 극작가론, 연극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20세기 동아시아 문화 구도에서 연극, 영화 등 드라마 예술이 지닌 정치학/미학의 관련 양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극장, 정치를 꿈꾸다》(2018), 《식민지 극장의 연기된 모더니티》(2011), 《우리는 왜 극장에 가는가》(2020), 《한국현대희곡선》(2017), 《전쟁과 극장》(공저, 2015), 《월경하는 극장들》(공저, 2013), 역서로 《영화, 대동아를 상상하다》(공역, 2017), 《제국의 수도, 모더니티를 꿈꾸다》(공역, 2012) 등이 있다.... more

역자 : 서은영

서은영(徐殷永, Seo Eunyoung)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근대 만화의 전개와 문화적 의미》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부천만화대상에서 ‘학술평론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포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만화연구 이론과 평론을 집필하였다.... more

역자 : 이주영

이주영(李柱咏, Yi Jooyoung)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요 논저로는 《越境하는 극장들 — 동아시아 근대 극장과 예술사의 변동》(2013, 공저), 〈일제말기 조선영화와 연설의 정치학〉(2012), 〈증명과 위장의 시대 — 일제말기 국민연극과 의복의정치학〉(2015) 등이 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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