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학의 발달과 고려대학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경제학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고려대출판부가 발간한 <한국경제학의 발달과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4월 고려대 경제학과 설립 100주년을 맞아 개최된 “경제학 고등교육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그에 대한 논평을 수정 보완해 실었다.
이 책은 보성전문학교 시절의 경제학술활동, 고려대학교 시절의 경제학술활동, 한국에서의 경제학 발전과 과제, 독일 경제학의 미국화와 한국 경제학 등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 균 이헌창(고려대 경제학과), 홍기현(서울대 경제학부), 이제민(연세대 경제학과), 박찬승(한양대 사학과), 민경국(강원대 경제무역학부)교수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경제 분야를 가르쳤던 학과는 1905년 보성전문학교(고려대 전신)에 설립된 이재학과로 이는 법과대 정치학과에서 분리된 동경대학 경제학과(1908년)보다도 앞서며 미국 하버드대(1897),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 정치학부(1903), 와세다대 상과(1904)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성전문은 개교하면서 법학, 이재학, 농업학, 상업학, 공업학 전문과의 학생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많지 않아 법학, 이재학 두 학과만 개설했다. 종전에 양반계급의 교양으로 중시된 철학 문학 역사학이 아니라 경세제민(經世濟民)에 이바지할 실용적인 학과를 개설했다는 점에서 보성전문 설립자인 이용익과 초대교장인 신해영의 선구적 시각이 돋보인다.
고종으로부터 학교 사무의 전임을 의뢰받고 교장이 된 신해영과 교감이 된 주재환은 모두 관비를 지급받아 게이오의숙(게이오대학)에서 유학했으며 20여 명의 강사도 모두 일본 유학생 출신이었다.
보성전문 이재학과는 개설 2년 뒤인 1907년 경제학과로 명칭이 바뀐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이헌창 교수는 “시장 분석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상에 가깝던 이재학이 경제학으로 바뀐 것은 국민경제 형성을 통해 국가 통합을 달성하고 근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려던 시대배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홍기현 교수는 논문에서 해방 이후 경제학은 경제학 문헌을 통한 간접적 수입기(1950― 60년), 유학생에 의한 자가생산적 성장기(1960년대 말 이후)의 두 단계 발전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또 해방 후 경제학계의 변화과정을 ‘미국화’로 요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해방 후의 단절로 인해 한국의 경제학이 빠르게 미국화되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보았다.
강원대 민경국 교수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구분을 무시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 한국경제학을 획일화시켰다고 지적하고 공공선택이론, 오스트리안 학파의 경제학, 제도경제학 등을 적극 도입해 경제정책이론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