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사전

2003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저자 : 최동호

판형 : 크라운판 면수 : 648 쪽

발행년월일 : 2003-05-15

ISBN : 89-7641-484-5

문학사전 

가격 : 40,000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1902∼1950)의 모든 것을 정리·분석해 놓은《정지용 사전》이 간행되었다. 고려대학교 출판부는 그동안 한국문학 관련 사전들을 여럿 간행했으나 이《정지용 사전》은 특히 시어에 대한 사전적 설명은 물론 통계자료와 영인 자료 등을 포함하여 집대성함으로써 그 의미가 자못 각별하다. 제1부는 기존 사전들의 형식을 따라 지용 시의 어휘들을 설명하고 용례들을 밝혔으며, 2부는 정지용 시어의 특성에 대한 연구로서 다양한 통계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시인의 육필과 사진자료 등을 모아 꾸몄다.

1. 전체 작품수·어휘의 총량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1902∼1950)의 시는 모두 132편으로 집계된다. 이는 일본어시와 번역시를 제외한 것으로서 『정지용 시집』89편과 『백록담』33편을 합하면 122편이며 그 중에서 산문으로 분류될 10편을 제하면 112편이 되며, 시집에 수록되지 않았거나 이후 발굴된 작품 20편이 추가된 것이다. 132편의 시들에 구사된 시어들을 어절별로 분류하여 용례와 색인을 작성한 결과 기본표제어 2731개를 바탕으로 종합된 어휘용례가 모두 8975개였다. 이는 이상섭 교수가 작성한 『<님의 침묵>의 어휘와 그 활용구조』를 참고로 했을 때, 88편이 수록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어휘가 1823여 개인데 비해 이를 상회하는 수준의 기본 어휘를 지용이 구사했다는 것을 뜻한다. 지용의 시에서 가장 적은 어휘를 구사한 시는「호수 2」로 8개이며「겨울」9개,「호면」11개,「얼굴」12개 등이며 가장 많은 어휘를 구사한 시는 「승리자 김안드레아」365개,「슬픈 우상」601개 등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한 편의 시에서 최소 8개에서 최대 600여 개에 이르는 어휘를 구사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어가 많이 구사되었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슬픈 우상」,「승리자 김안드레아」와 같은 시는 대상에 대한 모호한 진술이 되풀이되고 있어 지용의 절묘한 언어 감각이 드러나지 않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2. 빈도수가 높은 어휘: 동물·식물·기타
동물 시어 중에서는 새와 말과 나비가 가장 많이 등장하며, 소 또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소와 닭을 포함하여 가축류가 많이 나타나는 것 또한 특징이며 말이나 고래, 황소 등도 나타나지만 나비, 새, 조개, 소라 등과 같은 작은 동물들이 주류를 이룬다. 고래, 상어는 물론 조개와 소라 등 바다 동물과 어패류가 등장하는 것은 충청도 산골 출신인 그가 바다 건너 경도에 위치한 체험이 그 계기가 되어 그의 생활 속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한다. 전체적으로 116종 333회의 동물류가 그의 시어로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지용의 생활 감각과 자의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동물 시어 가운데 대표가 되는 새와 말을 비교해 보면, 새는 34종 96회의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다새인 갈매기가 가장 많이 등장하고, 철새인 제비가 그 다음이며 가축류인 닭이나 오리 등의 시어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종달새와 바다종달새를 구별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에 비해 말은 8종 34회 등장한다. 새와 비교할 때 종류도 작고 빈도수도 낮지만, 덩치 큰 동물 중에서 가장 친근감을 가졌던 것이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쩌면 새는 시적 자아의 반영이기도 하고 말은 남성적 이미지로 시적 자아의 동경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식물 시어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꽃과 나무이며 외래종이라고 할 수 있는 장미, 해바라기, 따알리아 같은 꽃이름도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통계적으로 103종의 식물들이 모두 370회 나타나는데, 이는 117종 330회 나타나는 동물에 비해 약간 상회하는 숫자이다. 이렇게 보면 동식물의 분포가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정지용을 바다와 산의 시인이라고 할 때 산과 바다의 대비 또한 흥미롭다. ‘바다’는 후기의 시에도 일부 나타나지만 주로 초기 시편에 많이 사용되었다. 후기에 발표된 일부 시에서는 ‘海峽’이라는 용어가 보이며 그 시적 내용물은 모두 초기의 바다 체험이 창작의 원동력이 된 것이라 하겠다. 산과 관련된 시어들은 초기시에도 일부 나타나지만 후기 들어 지용이 제2시집 {백록담} 시편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초기의 시편들에서 ‘산’은 범칭으로 지시 대상이나 시적 배경을 이루는 것임에 비하여 30년대 중반 이후의 시에서 산봉우리와 산맥으로 확대된 시적 상상은 깊게 뿌리내려 고유명사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3. 빈도수가 높은 어휘: 품사별
명사에서는 ‘바다'(81), ‘물'(59), ‘바람'(54), ‘산'(51), ‘하늘'(33), ‘별'(30) 등이 다른 명사류보다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난다. ‘위'(55), ‘아래'(16) 등의 위치를 나타내는 명사도 빈도수가 높다. 또한 ‘밤'(64), ‘마음'(22), ‘사랑'(20)등의 용어와 ‘손'(29), ‘눈[目]'(28), ‘발'(21), ‘입·입술'(19), ‘목'(15) 등의 신체를 나타내는 시어도 많이 등장한다. 동사에서는 ‘보다'(37), ‘날다'(36), ‘울다'(35), ‘오다'(33), ‘가다'(30) 등이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울다'(35)가 ‘웃다'(5)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빈도수를 나타낸다. 형용사에서는 색감을 드러내는 ‘푸르다'(52), ‘희다'(40)가 많으며, ‘슬프다'(35), ‘외롭다'(15) 등의 감정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그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다. ‘기쁘다'(2), ‘즐겁다'(2)에 해당되는 시어는 이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빈도수를 기록한다. 부사에서는 이제(22), 어찌(14), 홀로(13), 아주(11), 따로(9) 등이 많이 등장한다.

4. 난해한 시어들
정지용 시어의 난해성은 시적 언어에 대한 그의 독자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鄕愁]에 등장하는 독특한 시어들은 여러 논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고, 그만큼 다양한 해석을 산출해 놓고 있다. ‘해설피’, ‘석근’, ‘서리까마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해설피’라는 말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설핏’이 등재되어 있으며, 이는 ‘해가 기울어서 밝은 빛이 약해진 것'(한글학회 편,『우리말 큰사전』, 어문각, 1992)으로 풀이된다. 지용은 ‘해가 설핏하다’가 주는 시간과 공간적 형상을 축약시켜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해설피’에 대한 여러 논자들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① 해가 설핏한 무렵(유종호) 또는 해가 기울어 그 빛이 약해진 모양 또는 해질 무렵(문덕수, 이승훈, 김재홍, 김학동)
② 헤프고 슬프게(민병기)
③ 입을 어설프게 또는 헤벌쭉하게 벌리고 있는 모양(박경수)
④ ‘어설피’의 이형으로 ‘꼭 짜이지 못하여 조밀하지 않다’는 뜻(이희중)
⑤ ‘해가 설핏한 분위기’로 즉 ‘약간 어둡고 낮은 음색으로'(이숭원)
‘석근’ 또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데, 시의 분위기와 정황을 고려하면, ‘여러 모양의 별들이 섞여 빛나는 모습’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다음과 같은 해석이 이루어져 왔다.
① 듬성듬성한 또는 뒤섞여 있는(김학동)
② 사이가 뜬 혹은 섞인 (유종호)
③ 크고 작은 별들이 섞인 모습(민병기)
④ 사이가 배지 아니하고 뜬(사에구사 도시카스)
⑤ 크고 작은 별들이 얼크러져 있는 모습(김재홍)
⑥ 듬성듬성한(이숭원)
⑦ 저녁의 어스레한 때의 별(박경수)
‘서리 까마귀’는 한 무리를 이룬 집단적 의미로 해석해야 농경사회에서의 가족의 의미와 이에 대한 향수가 부각된다. 즉 ‘찬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까마귀들’로 풀이하는 것이 온당하다. 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해석의 제기되어 있다.
① 힘없고 초라한 까마귀(민병기)
② 무리를 이룬 떼까마귀(김재홍, 사에구사 도시카스)
③ ‘서리 병아리’의 창조적 변형(유종호)
언어에 대한 자각을 남다르게 가진 지용이었던 까닭에 그의 시어는 후일 많은 연구자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난해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 사전은 여러 논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수용하고 기존의 사전을 참고로 하여 천재 시인으로 칭송받았던 지용 시어에 적절한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시도하게 된 것이다.

5. 이 사전의 의미
이 사전은 해당 시어에 대한 정지용 시 작품의 모든 용례를 뽑아 수록함으로써, 이 사전을 읽어 나가기만 하여도 정지용의 절차탁마한 창의적 시어의 비밀을 파악할 수 있는 시창작의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따라서 이 사전은 시어의 뜻풀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어의 적절한 활용을 보여 주는 시어 활용사전의 기능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또한 주요 시어에 대해서는 시어 각각의 독립적인 뜻풀이에 머물지 않고 정지용 시 전체에 걸친 통계적 특성과 그 시적 의미를 제시하였다. 이는 정지용의 작품 세계에서 각각의 시어가 고립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을 맺으며 전체적인 의미 맥락을 형성하고 있음을 통계적 자료를 통해 밝히려는 작업이다. 아울러 그동안 잘못 해석되어 온 시어들에 대해서는 새롭게 그 의미를 바로잡아 정지용 시의 올바른 연구에 다가서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정지용 시인의 일본 도시샤대학 졸업논문과 전기적인 사진 자료는 물론 작품 발표 당시의 원문 자료와 새로 발굴한 작품 원문을 수록하는 한편 정지용 시를 노랫말로 한 음악 악보 등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지용시를 문화적 콘텐츠의 출발점으로 하여 변형 가능한 다양한 문화적 활용을 입증하였다.
특히 정지용의 난해 시어의 다양성과 그 통계적 특성에 대한 이 사전에서의 고찰은 한국어의 밑뿌리를 탐색한 작업으로서 서양에서 논리화된 고정된 선입관이나 방법론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시 연구의 방향을 컴퓨터를 이용한 실증적 통계 분석과 이의 해석으로 전환하는 데 하나의 초석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정지용 사전』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의 시작 활동에 대한 총체적 보고서이자 21세기 한국현대시연구방법에 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제1부 시어 풀이와 용례

제2부 시어의 특성 연구
1. 정지용 시어의 다양성과 통계적 의미
2. 시어의 다양성과 변형 자료
3. 시어의 특성 통계 도표

제3부 원문과 자료사진
1. 전기적 자료
2. 문단 활동
3. 발굴 자료

제4부 연표와 서지
1. 정지용의 생애와 연표
2. 연구 서지

저자 : 최동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겸 경남대학교 석좌교수 1948년 경기도 수원 출생. 시집 《황사바람》, 《아침책상》, 《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공놀이하는 달마》, 《불꽃 비단벌레》, 《얼음얼굴》, 《수원 남문 언덕》, 《제왕나비》, 《황금 가랑잎》. 시론집 《현대시의 정신사》, 《불확정시대의 문학》, 《한국 현대시의 의식현상학적 연구》, 《평정의 시학을 위하여》, 《삶의 진실과 시적 상상》, 《하나의 道에 이르는 詩學》, 《디지털문화와 생태시학》 등. 역서 《헤겔 시학》, 《문심조룡》 등. 문학상 소천문학상, 김환태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산 윤선도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유심작품상, 김삿갓문학상, 수원시 시인상, 만해상 대상, 몰도바공화국 작가연맹 문학상,...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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