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슴지 않고 『삼국유사』를 택할 것이다’
『삼국사기』보다 140년 뒤에 씌어진 『삼국유사』는 단순한 역사기록에 그치지 않습니다. 『삼국사기』의 기전체 역사서술이 빠뜨릴 수밖에 없었던 신화, 설화, 전설, 시가를 담아냄으로써 우리 고대사의 층위는 한결 두터워질 수 있었습니다. 『삼국유사』가 없는 우리 고대사는 시원의 신화와 시조의 “신이(神異)” 없는 황량한 고대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유사(遺事)’는 ‘사기(史記)’로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우리 정신과 문화의 깊은 곳을 드러낼 수 있었으며, 『삼국유사』는 지리, 문학, 종교, 미술, 민속 등 우리 정신과 문화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남선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중에서 하나를 택하여야 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삼국유사』의 이러한 근원적인 성격은 그만큼 복합적이고 총제적인 이해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국유사』 주역서들이 이미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해를 위한 단순한 정보 차원의 주석에 만족하지 않으며, 『삼국유사』를 교양서로 국한하지 않는 새로운 접근의 『삼국유사』 주역본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새로이 번역하고 주해한 『삼국유사』 기존의 고대사 연구 성과를 총망라하다
2014년 3월 『삼국유사』의 새로운 역주본이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최광식, 박대재 교수의 번역과 주해로 상재되었습니다. 전 3권, 총 2,000여 쪽의 이 방대한 역주본은 『삼국유사』의 새로운 번역이며 또한 기존의 고대사 연구 성과들을 1,800여 개의 면밀한 주석으로 엮어 낸 연구서로서, 가위 『삼국유사』 박물지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이단의 허황한 설,” “괴설”로 치부되어 기록의 신빙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받던 『삼국유사』가 『삼국사기』와 더불어 상호 보완적인 사서로 인정받게 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특히 이번의 역주본 『삼국유사』는 우리 고대사 연구의 현 지평을 확인하고 향후 천착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삼국유사』는 우리 고대 정신사와 문화사의 박물지이며, 이 역주본은 바로 그런 『삼국유사』의 박물지라 하겠습니다.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이 기획 총괄하고 문도들이 자료들을 모으고,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견해들을 제시하여 아카이브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제자인 무극에 의해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역주 『삼국유사』도 필자가 기획 총괄하였지만, 30여 년간 윤독회와 대학원 강의를 통하여 참고한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디지털 『삼국유사』 사전 박물지 프로젝트를 수행한 연구원들과 대학원생들의 정리 작업을 참고하여 완성하였으므로 『삼국유사』 스타일의 역주본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말
전 3권으로 구성된 이 역주 『삼국유사』의 1권은 「기이」편, 2권은 「흥법」, 「탑상」, 「의해」, 「신주」, 「감통」, 「피은」, 「효선」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조선 이하 여러 국가의 일반 역사에 대한 기록인 기이 두 편을 제1권으로 묶고, 불교문화와 불교사에 관한 내용의 흥법편 이하 7편을 제2권으로 묶은 것입니다. 이 역주본의 체재상의 특징은 특히 『삼국유사』의 맨 앞에 위치해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 후고구려, 후백제의 역대 왕들을 기록한 왕력을 별도의 한 권으로 묶고 320여 개의 주석을 달았다는 데 있습니다. 『삼국유사』가 기이편에서 다루지 못했던 왕들에 대해 빠짐없이 서술함으로써 『삼국유사』의 역사성을 보완하고 완성하는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역주서와 차별되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왕력을 기이편 이하의 본편과 구분하여 별도의 단행본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맨 앞에 위치한 왕력은 기이편 이하와 내용상 서로 다른 부분도 있어서 사료 성격상 본편과 구별되는 부록이라 이해할 수 있다. […] 『삼국유사』가 『삼국사기』에서 빠진 고조선, 부여, 가야, 발해의 역사를 서술하여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듯이, 왕력은 기이편에 빠져 있는 역대 왕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연대기라는 점에서 『삼국유사』의 역사성을 부각시켜 주는 부분이다. 이에 본 역주에서는 왕력과 관련된 학계의 연구를 모아 심층적인 주석을 붙이고 별도의 책으로 간행하여 완결성을 높여 보았다. ―해제
머리말 해제 일러두기
왕력王曆
신라·고구려·백제·가락국 신라 신라·후고려·후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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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찾아보기
저자 : 일연
속명은 김견명(金見明)이다. 자는 일연(一然)이고, 시호는 보각(普覺)이다. 경상북도 경산(慶山)에서 태어났다. 1214년(고종1년) 9세에 전라도 해양(海陽:현재 광주) 무량사(無量寺)에 들어가 학문을 닦다가 1219년 승려가 되었다. 1227년 승과(僧科)에 급제, 1237년 삼중대사(三重大師), 1246년 선사(禪師), 1259년 대선사(大禪師)가 되었다. 1261년(원종2년) 왕명으로 선월사(禪月寺) 주지가 되어 목우의 법을 이었다. 1268년 운해사(雲海寺)에서 대덕(大德) 100여 명을 모아 대장경 낙성회(大藏經落成會)를 조직, 그 맹주가 되었다. 1277년(충렬왕3년) 운문사(雲門寺) 주지가 되어 왕에게 법을 강론, 1283년 국존(國尊)으로 추대되고 원경충조(圓經沖照)의 호를 받았다. 1284... more
역자 : 최광식
1953년 서울 출생. 고려대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문학박사),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이다. 고구려 연구재단 상임이사,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을 역임했고, 한국역사민속학회장, 한국고대사학회장, 한국고대학회장, 한국사연구회장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고대 한국의 국가와 제사》,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단재 신채호의 ‘천고’》, 《우리 고대사의 성문을 열다》, 《백제의 신화와 제의》, 《한국 고대의 토착신앙과 불교》, 《점교 삼국유사》(공저), 《한류로드》, 《실크로드와 한국문화》, 《삼국유사》 역주(전 3권, 공역) 등이 있다.... more
역자 : 박대재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한국사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고대사를 전공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역사철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미국 남가주대학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 《의식과 전쟁―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고대한국 초기국가의 왕과 전쟁》, 《중국 고문헌에 나타난 고대 조선과 예맥》, 《점교 삼국유사》(공저), 《(역주) 삼국유사》(공저), 《한국 상고문화와 중국 동북지방》(공저)등이 있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