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깃한 차가움》은 정진규 시인의 두 번째이자 11년만의 산문집이다. 1960년 등단 이래 50여 년 동안 ‘몸詩’라는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오며 16권의 시집을 엮어냈던 시인이 시와 삶의 체험들을 “짧은 시화”로 추려내고, 앞머리에 시인이 육필로 써서 간수해 두었던 18편의 육필시를 붙여 꾸몄다. 시화(詩話)라는 표제 아래 시인은 ‘시의 비극성과 황홀성’에 대한 엄밀한 시론에서부터 ‘윤무부 새박사와 크라운 빵’에 관한 소소한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시와 삶이 담고 있는 다양한 국면들과 교감하고 그 흔적을 기록한다. 요절한 시인의 유고,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젊은 사진작가의 전시회 포스터, 선배 시인의 타계, 모친의 고봉밥, 700년간 해저에 잠겨 있다 침향목이 되어버린 나무조각들… 이 모두가 시인이 몸을 통해 끌어안고 “실체화”한 것들이다. “깨치지 못한 정진규가 제 몸의 질퍽거리는 수렁을 들여다보고, 제 몸을 응달에 말리어, 햇살과 몸을 함께 펴게 할 때, 나는 조사(祖師)의 편이 아니라 정진규의 편이다”라고 한 어느 소설가에 대해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시인은 여전히 특유의 “당길심” “그 예인의 힘”으로 끌어당기고 울고 경탄하고 “간절한 그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제1부 정진규의 육필시 읽기
새들은 왜 발 아래 허공벼랑을 두는가
제주 은갈치
달 항아리
늦가을
범종의 젖꼭지
어성초에게
山菊
새벽 감옥
이 여름이 나는 자꾸 미안타
뻐꾹채 꽃키
죽음—詩人 吳圭原에게
별무덤
尋劍堂에서
봄, 석남사에서
안목에서
벼랑
寶城 大原寺 갔다
새는 게 上策이다
제2부 시가 있는 아침
제1일 이수익 〈이제는〉
제2일 김민부 〈가을은〉
제3일 김지하 〈花開〉
제4일 조창환 〈이슬〉
제5일 김춘수 〈밤이슬〉
제6일 오규원 〈한 잎의 여자2〉
제7일 김종해 〈풀〉
제8일 유홍준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제9일 이하李賀 〈가을이 오다〉
제10일 정현종 〈수평선〉
제11일 나태주 〈하오의 한 시간〉
제12일 송재학 〈흰뺨검둥오리〉
제13일 오탁번 〈죽음에 관하여〉
제14일 상희구 〈발해기행 20—겨울 요하에서〉
제15일 최종천 〈상징은 배고프다〉
제16일 조정권 〈약리도躍鯉圖〉
제17일 김춘추 〈심인尋人〉
제18일 조말선 〈정오〉
제19일 김종삼 〈장편掌篇 2〉
제20일 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제21일 고은 〈순간의 꽃〉
제22일 이건청 〈하이에나—목마름에 대하여〉
제23일 이근배 〈절필絶筆〉
제24일 박경자 〈형상기억합금〉
제25일 한영옥 〈10월의 눈물〉
제26일 최동호 〈생선 굽는 가을—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제27일 이재무 〈감나무〉
제28일 이수명 〈장미 한 다발〉
제29일 강은교 〈낙엽 몇이—너무 짧은 사랑 이미지〉
제30일 이태선 〈빈집으로 보내는 가을 편지〉
제31일 마종기 〈온유溫柔에 대하여〉
제32일 함민복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제33일 유재영 〈소리〉
제34일 김언희 〈트렁크〉
제35일 오시영 〈햇빛〉
제36일 이승훈 〈우산〉
제37일 문인수 〈폐가의 배꼽〉
제38일 고정희 〈가을 편지〉
제39일 오태환 〈천마산 물소리〉
제40일 이성선 〈도피안사到被岸寺〉
제41일 이진수 〈대나무 3〉
제42일 고두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제43일 박목월 〈불국사佛國寺〉
제44일 장석주 〈혼자 산다는 것〉
제45일 김광규 〈어린 게의 죽음〉
제46일 박성우 〈초승달〉
제47일 신지혜 〈내가 그린 달〉
제48일 박재삼 〈한恨〉
제49일 우대식 〈눈(眼)〉
제50일 김규성 〈기억〉
제51일 엄재국 〈절정〉
제3부 노래는 참말이다
노래는 참말이다
시를 위하여1
시를 위하여2
시를 위하여3
시를 위하여4—이우환의 에세이 읽기
시를 위하여5
시를 위하여6
시를 위하여7
시를 위하여8—감옥
시를 위하여9—소리를 모으는 손, 듣는 손
시를 위하여10—신성한 봉인封印
시를 위하여11—아, 아득했던 1992년 여름을 나의 몸은 다음 두 편의 시로 마감했습니다
시를 위하여12—녹두따기와 고봉밥
시를 위하여13—광합성光合成
시를 위하여14—시의 달마농법達磨農法
시를 위하여15—가을 읽기
시를 위하여16—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시를 위하여17—당신들을 그리면서
시를 위하여18—산시刪詩
시를 위하여19—산문과 산문시
시를 위하여20—윤무부 새박사와 크라운 빵
시를 위하여21
시를 위하여22—한 편의 시가 쓰여지기까지
시를 위하여23—우리들 초록빛 개칠의 희망아
시를 위하여24—시의 본질과 동시의 세계
시를 위하여25—시행詩行의 분절分節에 대하여
시를 위하여26—시는 몸이다
시를 위하여27—내가 사람으로서
시를 위하여28—네 개의 짧은 시론詩論
시를 위하여29
향깃한 차가움
자단목紫檀木 이야기—시詩와 연기緣起체험
대여大餘 김춘수 선생 가시는 길에—조시弔詩
오늘 우리 모두는 비로소 꽃이 되어—조사弔辭
광복 50년과 우리 현대시의 ‘입말’, ‘글말’
제14회 만해대상 수상소감
‘눈에 밟히다’와 ‘당길心’—제2회 이상시문학상 수상소감
시詩의 비극성悲劇性과 황홀성恍惚性
저자 : 정진규
1960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마른 수수깡의 平和》,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뼈에 대하여》, 《몸詩》, 《알詩》, 《껍질》, 《우리나라엔 풀밭이 많다》, 《공기는 내 사랑》, 《律呂集·사물들의 큰언니》, 《무작정》 등이 있으며, 1963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시(現代詩)》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8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시학(現代詩學)》 주간을 지냈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시인협회상, 현대시학작품상, 월탄문학상, 공초문학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훈, 불교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만해대상 김, 삿갓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