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유럽에서는 거의 비교할 만한 시기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경험한 역사가들은 단지 새로운 역사를 찾아내는 일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반성의 심정과 함께 유럽사를 재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실용적 목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잔티움의 역사”나 “동유럽의 역사”는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듯이, 서유럽의 역사가들은 자기네들과 “현실 관련성”이 적은 역사적 대상을 외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19세기 이래 서유럽 문명에 집중되었던 역사 서술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적극적으로 비판되었고 극복되기 시작하였다. 사려 깊은 역사가들은 유럽 역사를 전면적으로 되돌아봤고, 무엇보다도 “유럽사의 개념”을 특정 시기에 따라서 다시 관찰하였다.
오늘날 저널리즘에서도 익숙해진 “유럽 중심주의 사관의 극복” 문제는 “유럽사와 세계사를 동일시하는” 그릇된 개념의 극복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사적 또는 비교문명사적 정치 경제 문화라고 하는 새로운 역사구성에서 오래된 유럽사에 전과 다른 자리를 부여하는 양상을 생각하게 한다. 이는 흔히 유럽 중심적 유럽 편향적 세계사 서술이나 해석의 모순성을 극복해야 하는 실천적 문제로 고려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전통적 유럽사” 그 자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데 그 기본적 방향이 설정되어 있다. 즉 “유럽시대의 종식”에 공명하는 역사가들이 고찰하는 “유럽사의 개념”과 연관된 문제들을 검토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 역사 그 자체의 “서유럽 중심적 해석” 경향을 두고 비판해 온 역사가들의 입장을 밝히는 데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유럽사를 “자족적 단위”로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유럽과 보다 넓은 세계와의 편견 없는 대등한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 내용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유럽이 신세계(미국)에 준 충격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대신에, 신세계가 유럽에 미친 충격에도 필요한 만큼 주목을 한다든가, 또는 적어도 양자의 역사를 별개의 대륙의 역사가 아니라 산업혁명 이래 일관되게 점차로 통합되어 온 하나의 세계 속에서 직접 관련을 맺어온 요소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동유럽의 역사를 무시해 온 해석 경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18세기 계몽주의에서 비롯한 유럽 우월론의 실상을 거론할 수도 있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유럽 중심주의 사관”의 “서유럽 중심적” 모순을 극복하는 새로운 다양한 해석들이 이 책의 전체적 흐름에서 선명히 밝혀지고 또는 시사되고 있음을 미리 일러두는 바이다.
서문 5
1부. 유럽 시대와 유럽사 개념의 해석
I. “유럽 시대의 종식”과 유럽사 개념의 재고찰
1. 서론
2. 계몽주의 시대의 유럽 우월론
3. 랑케의 유럽 우월론과 유럽사 개념
4. 랑케의 전통적 유럽 중심주의 사관
5.“유럽 시대의 종식”과 유럽사의 재해석
1) 유럽 우월론의 좌절
2) 랑케적 유럽사 개념의 와해
6. 결론
II. 유럽 국가 체제와 양익 강국兩翼强國
1. 서론
2. 18세기의 유럽 국가 체제
3. 19세기의 유럽 국가 체제
1) 데히오의 랑케 비판
2) 데히오의 랑케 에피고넨 비판
4. 데히오의 근대 국제정치사에서의 근본 문제
1) 고대 그리스와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국가 체제
2) 카를 5세의 패권 지향과 양익 강국(영국·터키)
3) 펠리페 2세의 패권 열망과 해양 강국(영국·네덜란드)
4) 루이 14세의 패권 경향과 해양 강국(영국·네덜란드)
5) 본색 드러낸 양익 강국(영국·미국·러시아)
6) 나폴레옹의 패권 열망과 양익 강국의 성장
7) 독일의 패권 경향과 유럽 국가 체제의 좌절
8) 히틀러의 필사의 투쟁과 유럽 국가 체제의 파탄
9) 서유럽 블록(대서양권)과 동유럽 블록의 성립
5. 데히오의 양익 강국론
III. 토인비의 서양 문명론에서 기초적 문제 — 서양 문명과 정교기독교 사회의 관계
1. 서언
2. 서양 문명과 정교기독교 사회
3. 동유럽과 서유럽의 이질성
4. 근대 러시아의 유럽 국가 체제 참여
5. 근대 러시아 사회의 유럽주의 수용
6. 사회주의 러시아 사회의 서유럽적 변용變容
IV. 변모하는 세계 속의 유럽사 — 바라클라프와 동 ․ 서 유럽 문명의 개념적 연계성
1. 서언
2. 유럽의 태동과 유럽사의 전환기
1) 유럽의 태동기—고대 말기
2) 11-12세기 교체기
3) 종교개혁기
4) 18세기 계몽사상기
5) 최종의 전환기—유럽 시대의 종식
3. 유럽사의 보다 넓은 개괄화槪括化
1) 동·서 유럽—공통의 역사적 배경
2) 중세적 세력 균형의 형성—동·서 유럽의 분열
3) “유럽과 보다 넓은 세계”의 관계사
4) 양극화 체제—블록화의 세계사
4. 바라클라프의 유럽 사관의 의미와 위치
2부. 대서양 시대와 대서양사의 전개
V. 대서양 공동체와 대서양사
1. 서언
2. 할레키의 유럽 시대 구분 — 대서양 시대의 전사前史
1) 유럽사란 무엇인가
2) 지중해 시대사의 윤곽
3) 유럽 시대의 기원
4) 유럽 시대의 종식
3. 할레키의 대서양 공동체 — 대서양 시대의 전개
1) 대서양 공동체의 형성
2) 대서양 공동체의 범위
4. 대서양 체제의 형성과 대서양사의 전개
1) 대서양 체제의 형성
2) 대서양사의 전개
5. 맺음말
VI. 미국의 초기 외교관外交觀 —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갈등
1. 서언
2.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양립성 — 펠릭스 길버트
3. 현실주의적 유럽 세력 균형론 — 제임스 핫슨
4. 길버트와 핫슨의 위치 — 혁신주의 사관과 합의 사학의 갈등
VII. 냉전 기원의 탈수정주의적 해석 — “미 제국”, 그 관념과 개선된 개념
3부. 토인비의 비교문명론 관견管見
VIII. 토인비의 문명 구조
1. 서언
2. 문명 — 역사의 “이해 가능한” 단위
3. 문명의 동시대성
4. 문명의 생사관
5. 문명의 조우
6. 문명 구조의 수정
IX. 토인비의 비교문명사적 한국관 — 양대 초강국(미국 ․ 소련)의 동아시아 조우
1. 한국인 인상기와 임란승전보壬亂勝戰譜
2. 한국 문명의 기본적 이해 부족
3. 중국은 독립 문명, 한국은 위성 문명
4. 비교 문명론의 선구자
X. 현대의 세계사(바라클라프의 다이얼로그)
— 담론의 배경 : 유럽 시대와 유럽 중심주의 사관의 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