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 변방국 한국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 책은 1991년부터 2019년까지 30여 년의 시간을 두고 완성된 책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제정치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영화의 롱테이크 기법처럼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첫 8개 장은 기존에 발표된 논문을 재수록하고, 현재의 시각에서 후기를 달아 내용을 갱신하고 자기비평을 달아 시의성을 잃지 않도록 하였다.
첫 세 개의 장은 탈냉전 시기의 혼란스러운 국제질서를 전망한다. 1장에서는 냉전의 종식으로 말미암아 나타난 새로운 세계질서의 문제들을 다루며, 탈냉전 시대의 평화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을 일별한다. 이어 거시적 관점에서 탈냉전 후의 국제구조 예측을 헤게모니 체제, 양극체제, 다극체제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미시적으로는 탈냉전 시기의 국가전략에 대해 미국과 소련의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어지는 2장에서 새로운 국제정치 담론과 국가에 대해 다루는데, 헤게모니 전쟁과 핵 억지 이론, 민주 평화론과 문명의 충돌, 세계화 등을 다룬다. 그리고 3장에서는 이전 장에서 간략히 다룬 민주평화 이론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을 함께 다루면서 동시에 이 이론이 유럽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4장은 북한붕괴론을 다룬다. 북한 체제 위기의 원인은 그 내부로부터 온다는 1998년 당시의 분석은 지금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소련의 해체와 냉전의 와해 속에서도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탈냉전’, ‘미국’, ‘벼랑 끝 외교’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짚어본다. 후기에서는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는 능력인 ‘체제능력’이 있는 국가인지를 통계를 통해 살펴본다.
5장에서는 현실주의 대논쟁에 대해 다룬다. 냉전 체제를 잘 설명했던 월츠의 구조적 현실주의가 탈냉전 이후 그 설명력을 잃어가자, 다른 여러 학자들에 의해 대안으로 제시된 이론들을 살펴본다. 미어샤이머의 다극체제론, 프리드버그의 동아시아 불안정론, 월포스의 비구조적 현실주의를 우선 다룬 후에, 존슨과 킨의 수정주의적 비관론, 레인의 고립주의적 현실주의, 헌팅턴의 문명론적 비관론 등을 언급한다. 이어 다음 6장에서는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질서를 살피는데, 미국 헤게모니가 지속될지를 중국의 부상, 일본의 행보 등과 연관시켜 파악한다. 그리고 7장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로 이루어진 ‘92년 체제’ 이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이 쓰여진 2015년 당시의 상황을 먼저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전략을 다루고,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노태우-부시부터 박근혜-오바마에 이르기까지 각 정권에서 어떤 식의 전략을 취해 왔는지를 파악한다. 이에 더해 북핵에 대한 중국의 딜레마도 언급하고, 장의 결론에서 저자는 한국이 정치·군사·외교 각 분야에서 취해야 할 전략을 제시한다.
8장은 국내에서도 크게 논란이 되었던 사드THAAD 문제에 대해 다룬다. 사드를 둘러싼 논쟁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놓고 한국과 미국, 중국의 입장 차가 최근 가장 크게 드러난 사건이다. 먼저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을 복기하고, 사드를 둘러싼 상황을 교착상태 게임으로 정리해 본다. 이를 통해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적 움직임을 먼저 미시적으로 사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제시한다. 이어 거시적으로 미·중 헤게모니 경쟁하에서 한국이 자신의 안보 미래를 위해 취할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9장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급물살을 탔던 남북대화 흐름을 다룬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운전자론의 허와 실, 현안에 대한 해법, 소위 말하는 ‘빅 딜’을 키워드로 하여 앞으로 우리가 취할 대북관계 기조에 대해 분석하고 제언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헤게모니의 미래’를 다룬다. 저자는 10장에서 “향후 헤게모니 경쟁 시대는 모든 것을 무기화하는 시대로 변모할 것이다. 우방이라는 개념도 약화되고 국제환경은 그야말로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환경에 더 가깝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헤게모니 변방 국가’들은 더욱 살아남기 힘들어진다”고 언급한다. 미·중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섯 시나리오(미국 헤게모니 유지, 미국 혹은 중국 우위적 유사 양극체제, 중국 헤게모니 체제, 헤게모니 전쟁)로, 그리고 이 시나리오를 결정하는 변수로 여섯 가지(4차 산업혁명 성패, 세계경제 안정화, 국제 제도 안정화, 동맹의 회복, 군사 혁신, 정체의 안정적 발전)를 꼽아가며 분석한다. 저자는 이러한 정세에 한국이 취할 전략은 ‘국력 충분성에 바탕을 둔 안보 탄력성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즉, 헤게모니 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을 검토하고 최대한 실행하는 것이 헤게모니 경쟁에서 희생되지 않는 길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다룬 20세기 말과 평창 올림픽 등 국제정치의 중요한 순간들마다 저자가 내놓았던 예측을, 지금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저자가 30여 년간 국제 정치를 분석해 온 통찰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가올 미래에 수립할 외교 전략의 든든한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서문
제1장 탈냉전의 미지의 세계
제2장 새로운 국제정치 담론과 국가
제3장 민주평화가 대안인가?
제4장 북한 붕괴론의 허와 실
제5장 현실주의 대논쟁과 그 이후
제6장 동북아 국제질서의 불완전한 변환
제7장 북한 핵문제 재조명: 정치한 억제전략
제8장 사드THAAD의 국제정치학
제9장 빅딜big deal과 미·북 핵협상
제10장 헤게모니의 미래
주
참고문헌
저자 : 현인택
현인택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30여 년 동안 국제정치를 연구하고 교육해 왔다. 특히, 국제정치이론, 한국외교정책, 미국외교정책, 동아시아국제정치, 안보연구, 비전통안보를 가르치고 연구해 왔다. 고려대에서 기획예산처장,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을 지냈고, 제35대 통일부장관, 대통령 통일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하였다. 고려대에서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UCL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문, 국문을 포함하여 십여 편이 넘는 저서 및 수십 편의 논문이 있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