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식 전 고려대학교 총장의 회고록이자 고려대학교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홍 전 총장은 1936년 고려대학교 자연계캠퍼스 바로 옆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에 자연계캠퍼스인 애기능 동산에서 뛰어놀았다는 홍 전 총장은 1955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교수가 되고 민족문화연구원 발전에 헌신하고 제13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80여 년 그의 생애에서 고려대학교는 자신에게 숙명이었다고 회고한다.
유진오, 김상협, 조지훈… 지금도 그리운 스승들
이 책에서 홍일식 전 총장은 자신의 생애에 큰 영향을 끼친 스승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광복이 되기 전 소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고려대학교(당시는 보성전문학교) 본관 앞에서 풀을 뽑고 있는 인촌 김성수 선생에게 처음 인사를 드렸던 일로부터 회고를 시작한다. 고려대 국문과 입학 후 큰 가르침을 주신 구자균, 김춘동, 조지훈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훗날 자신의 총장 시절 내내 마음속 사표(師表)가 되었던 유진오, 김상협 선생을 ‘총장학의 스승’이라 밝히고 있다. 국문과 학부 재학 시절 2년 동안 육당 최남선을 사사(師事)하며 《육당연구》를 출간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우리 현대사의 큰 인물이었던 분들을 가까이서 직접 모시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고려대학교를 넘어 우리 지성사의 생생하고 흥미로운 일화들을 담고 있다.
한국 인문학 발전과 민족문화연구원에 바친 생애
홍일식 전 총장은 1968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현재 민족문화연구원) 총간사를 맡았다. 이후 그는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이었던 조지훈 선생이 작고하기 직전 유언으로 남긴 “앞으로 외국에서 오는 사람이 고려대학을 와서 봐야 한국을 알게 되고, 고려대학을 오는 사람은 민연을 와서 봐야 고려대학과 한국의 진면목을 알게 해달라”라는 말을 지키며 평생을 살았다. 1978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제5대 민족문화연구소 소장에 임명된 이후 제6대, 7대, 8대, 11대 소장에 이어 1998년 민족문화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았다. 이 책에는 《한국문화사대계》 《한국민속대관》 《중한대사전》 등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펴내고 한국 인문학 분야의 큰 성과로 인정받는 책들의 출판과 판매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1980년대 중반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어만 가르쳐도 먹고 사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신념으로 만든 민족문화연구소 한국어문화연수부는 현재 별도의 단독 건물을 가진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로 성장했다. 이 책에서 홍 전 총장은 1981년 ‘국풍81’에 민족문화연구소가 후원단체로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 5.18군사법정에서 제자를 변호하는 증인으로 섰던 사연 등 그동안 감추어두었던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바른교육 큰사람 만들기’ 운동으로 인성교육 확산
1994년 6월 15일 고려대학교 제13대 총장에 취임한 저자는 그해 10월 10일 ‘바른교육 큰사람 만들기’ 교육선언을 발표했다. 고려대학교가 앞장서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이 선언은 우리 사회에 인성교육의 가치를 확산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총장 재임 4년 동안 ‘바른교육 큰사람 만들기’ 교육성금으로 현금 860억 원, 부동산 2,600억 원이 모였는데 고려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참여가 높았다. 도덕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대학을 운영할 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음을 확인한 홍일식 전 총장은 이 책에서 고려대학교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민립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홍일식 전 총장은 현재 재단법인 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81년 민족문화연구소에 ‘영토문제연구실’을 만들 때부터 그는 ‘문화영토’라는 개념을 착안했다. 오늘날 세계로 확산하는 한류를 예견한 듯 그는 국경을 넘어 문화로 교류하는 시대가 올 것을 대비한 ‘문화영토’ 개념을 내세웠다. 이 책은 홍일식 전 총장이 오랫동안 천착해 온 문화영토 개념에 대해 1995년 와세다대학에서 했던 강연 원고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인문학자 총장이라고 할 홍일식 전 총장의 생애와 사상과 혜안이 담긴 회고록이다.
제1장 나의 숙명宿命 고려대학교
영원한 마음의 고향
인촌 선생 가시던 날
보전普專은 ‘황실 특립特立학교’― ‘사립私立’ 표방은 일제에 맞서기 위한 고육책
고대高大가 민족정신이 드센 까닭
신新민족사관의 산실 구舊 중앙도서관
대운동장 울타리에 향나무를 심은 학생들
왜 고려대학교(Korea University)인가? — 인촌의 새 교명 지키기 작전
1955년 입학 당시의 고려대학교
고대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서민과 희로애락 함께하는 ‘막걸리대학’
인촌 김성수 선생 60주기 추도식 유감遺憾
제2장 현대사의 거목巨木들을 만나다
지금도 그리운 스승의 목소리
당대 최고의 석학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선생
종횡무진 융통자재한 식견識見
유진오兪鎭午 선생의 천재적 자품資稟
‘역사의 신神’을 믿은 남재南齋 김상협金相浹 선생
‘조선문학’만을 고집한 일오一梧 구자균具滋均 선생
조지훈趙芝薰(조동탁趙東卓) 선생, 민연民硏 중흥을 유언으로 남기다
한학漢學의 태두泰斗 운정云丁 김춘동金春東 선생
제3장 민족문화연구원에 젊음을 불사르다 I
“고대高大를 사랑하는 사람이 고대의 주인”
한국학 연구의 중심, 민족문화연구소 ―1957년 ‘한국고전국역위원회’로 출범
민족문화연구소를 위기에서 구하다 ―서적 총판總販 상대로 승부수勝負數 던져
김상만 이사에게 거듭 지원 요청 ―지훈 선생 서거하자 ‘민연民硏’과 고별 작심
마침내 문화사대계 완간 ― 한국사의 보편성과 독자성 구현
민족문화연구소와의 길고도 질긴 인연
아세아문제연구소와 ‘김 도깨비’
운동권 학생들과의 학점 시비是非 ― 도덕적 정당성과 편향된 정의감
제4장 민족문화연구원에 젊음을 불사르다 II
나 같은 바보 교수도 하나쯤은 있어야 …
《한국민속대관》으로 새로운 꿈을 펴다 ―지훈의 민속학개론 노트가 밑거름 되어
문선명文鮮明 선생, 《한국민속대관》 1천 질 구입
‘국풍國風81’에 민연이 후원단체가 된 사연
마침내 《중한대사전》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다
‘마음의 짐’ 《한국도서해제》 출간 ― ‘지훈국학연구조성비’ 매듭짓다
제5장 고려대학교 교수가 되다
고대 창립 80주년 행사 이어 ‘고려대학의 사람들’ 시리즈 간행
양정고 교사 시절 4·19를 겪다
김상만金相万 회장 만류로 영남대학 전임專任 포기
입시출제로 곤욕을 치르다 ―유진오 총장의 ‘자유가 지나치면 독재를 부른다’
5·18 군사법정에서 제자를 변호하다
홀로 준비하고 추진한 고대高大 80주년 국제학술대회
《고려대학의 사람들》 시리즈 발간의 뜻
‘독립기념관’ 건립기획위원으로 겪은 일
제6장 마침내 고대高大 총장에 선출되다
‘바른교육·큰사람 만들기’ 교육선언과 대학경영의 좌표를 제시하다
두 차례 총장 선거와 이념화된 캠퍼스
고려대학교 제13대 총장에 선임
총장 취임 일성一聲, 이‘ 용익·손병희 선생 흉상 제자리 찾기’
바른교육·큰사람 만들기 교육선언
국민 성금誠金 운동 전개
해외 강연 중 접한 김상협 명예총장 부음訃音…
민연民硏을 ‘민족문화연구원’으로 확대 개편
재정 난맥상을 바로잡다
총학생회와 교직원 노조를 동반자로!
일부학과 교수들의 지나친 이기주의 ―교수 임용에 따른 전횡을 바로잡다
고려대 역사 기록전시실을 만들다
제7장 ‘문화영토론’을 정립하다
전쟁 없는 인류 문명의 미래를 꿈꾸며
미래의 세계는 ‘문화’
동서양의 가치관과 ‘문화 고유의 운동 법칙’
문화영토론을 정립하며 생각나는 일화 세 가지
21세기 문명과 동아시아 —와세다대학교 초청 강연(1995.4.26)
저자 : 홍일식
1936년 서울 출생 1955년 양정고등학교 졸업 1959년 고려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문학 석사·박사 명예 철학박사(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및 민족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제13대 총장 베이징대학교 초빙교수 독립기념관 건립 추진위원·기획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문위원(문화부문) 삼성그룹 자문위원(문화담당) 성곡학술문화재단 이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재단(학교법인 동원육영회) 이사장 공동체의식개혁 국민운동협의회 회장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의장 사단법인 세계孝문화본부 총재 학교법인 양정의숙 이사장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이사장 선학평화상위원회 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 재단법인 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