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19세기는 시의 영역에서 진정한 혁명을 체험한 시기이다. 현대시의 “기원” 보들레르, “상징적 계산법”의 창안자로서 시와 문학의 극한에 선 말라르메, 인상주의와 멜로디의 마술사 베를렌, 금기와 관습, 선과 악의 너머의 로트레아몽, “전대미문의 방사선을 발견한 자” 랭보, 이 이름들만으로도 이 세기는 충분히 신화적이다. 그러나 이들에 앞서 19세기 전반의 시는 로망주의의 시였다. “로망주의자가 된다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시를 믿는다는 것이었다”(가에탕 피콩). 이 세기는 또한 충분히 역사적이며 기원적이다.
19세기 프랑스 시에서의 본질적인 주장들을 이 세기의 연대적 흐름에 따라 검토하면서 동시에 개개의 위대한 시인들이 고독과 재능의 독창성 속에서 그러한 주장과 이념을 어떻게 살았고 만들어 냈는가를 보여 주고자 하는 이 책을 통해 이 세기가 시와 문학의 모든 영감의 원천들을 경험했음을 알 수 있다. 자기 마음의 저 깊은 곳 내면, 조숙한 천재, 현실에 대한 실의와 환멸, 권태, 환상에 이끌린 광기 등 시인들 개개의 모습은 또한 시와 문학의 주제 그 자체이다. 자아의 발견과 그를 매개로 한 온갖 종류의 변종, 변주들로 이 세기의 시는 특징지어진다.
이 세기의 전반이 시가 주관성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마음의 충동에 맡겨져 또한 자유의 시로서의 로망주의의 시대라면, 이후 보들레르를 거쳐 말라르메와 베를렌, 로트레아몽과 랭보를 통해 시적 언어적 모험의 극한에 이르게 될 프랑스 19세기 시는 고전주의의 전통의 부정과 자연적인 서정과 형식의 자유로 이루어진 다른 문학의 발견을 통해 이루어진 새로운 자각이었다. 19세기 프랑스 시는 미적 대상이 아니라, “시의 말의 본질성”을 드러냈으며, 자아의 시, 자유의 시, 전도사적 시로서뿐만 아니라 투시자의 시로서 시의 마술적이고 상징적인 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보여 주었다.
프랑스 19세기 시는 하나의 시대, 문화, 국경을 넘어 시 자체의 본질을 체험하게 했다. 프랑스 19세기 시의 도정을 따라가는 것은 현대시, 아니 언제나 현대적이어야 할 시가 가는 길을 따르는 것이다.
서론
제1부 로망주의의 시대(1820-1850)
제1장 로망주의의 운동과 주장
제2장 로망주의 시인들의 세대
I 라마르틴(1790-1869)—최초의 로망주의자
II 뮈세(1810-1857)—심정의 시인
III 비니(1797-1863)—시의 굴종과 위대함
IV 위고(1802-1885)—로망주의의 화신 71
V 네르발(1808-1855) —로망파에서의 현대파의 선구자
제2부 시에 관한 이의제기의 시대(1850-1900)
제1장 파르나스파의 이의제기
I 고티에(1811-1872)—선구자
II 르콩트 드 릴(1818-1894) —파르나스파의 지도자
III 파르나스파 시인들
제2장 보들레르의 혁신
제3장 상징주의와 현대성
I 로트레아몽(1846-1870) —시적 잔혹성과 시적 착란
II 랭보(1854-1891)—지옥의 언어연금술
III 베를렌(1844-1896) —시에서의 인상주의와 멜로디
IV 말라르메(1842-1898)—시의 극한에
V 데카당스와 상징주의
결론
약서지
1985년 초판 역자 후기
개정판을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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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강성욱, 황현산
강성욱 1931-2005
193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규슈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불어불문학과에서 보들레르와 초현실주의를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1966년부터 1996년까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를 지냈다. 프랑스 정부 초청교수로 파리-소르본 대학에서 연구하였고, 한국불어불문학회장을 역임하였다. 프랑스 19세기 문학과 초현실주의, 특히 보들레르 연구의 대가로서, <프랑스어·프랑스문학 문헌>(1967), <소년기 Baudelaire에 관하여―《Lettres Inedites aux Siens》을 중심으로>(1970), <한국에 있어서의 프랑스어·프랑스문학 문헌정서―1945년 8월~1970년 12월>(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