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시간의 유동

저자 : 장동천

판형 : 신국판 면수 : 640 쪽

발행년월일 : 2025-12-30

ISBN : 979-11-6956-133-4 93820

단행본 

가격 : 34,000

근대 이전, 한반도를 에워싼 환(環)한국해의 동아시아(대한민국, 중국, 대만, 일본)는 권역 전체가 느슨히 엮인 하나의 유기체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전통적 질서가 와해되고, 근대적 교통 체계의 도입과 함께 새로운 국제 교류망이 형성되면서 권역 내부의 각 지역은 서로의 존재를 새롭게 의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식민 지배와 해방, 근대 국가 수립, 좌우 이념 대립과 냉전 등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이들의 문화 교류는 유례없이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장소와 시간의 유동》은 이렇듯 격동의 20세기에 한국과 중국어권 지역 간에 일어난 문화 교류의 문맥을 정치하게 짚어본다. ‘장소와 시간의 유동’이라는 제목은 20세기 문화 교류의 중심적 특징인 장소 체험과 시간성을 드러낸다. 사람과 텍스트의 전례 없이 광범위한 이동과 그에 따른 낯선 장소와의 접촉, 그리고 동시대성 및 시간 인식에 기반하는 새로운 사상이 20세기 상호 소통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산출했던 것이다.

“장소와의 만남과 시간과의 소통은 자연스레 문화의 횡단과 전유, 그리고 변용을 낳았다. 동아시아는 장소와 시간을 매개로 관계 맺음을 부단히 반복하면서 20세기다운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축적해 갔다.” (6쪽)

저자는 이러한 20세기 문화 교류의 흐름을 ‘유동’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였다. 본디 ‘유동’이란 일정한 규칙이나 방향성이 없는 운동을 의미하지만, 《장소와 시간의 유동》은 환한국해 권역의 문화적 만남이 이루는 ‘유동’에 특정한 귀착점이 존재함을 전제한다. 저자는 20세기 동아시아의 문화 유동을 ‘주고받음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각자의 존재 가치’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타자의 문화와 무수히 접촉하고 교섭하는 여정 끝에 동아시아의 각 주체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대면하고, 자문화로 회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총 4부이며 각 부는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서로 독립된 내용을 다루므로 독자는 순서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내용을 탐색할 수 있다. 1부는 중국어권 문학의 수용 및 중국어권 문학에 대한 인식 변화의 흐름을 중심적으로 다룬다. 세계문학이 근대문학의 모델로 부상하며 중국 고전문학은 문학의 정전으로서 기존의 권위를 상실하게 된다. 갑오개혁 이후 한글 전용이 본격화되어 한문을 통한 연결고리까지 끊어진 상황에서 중국 문학은 근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한국에 수용된다. 1장은 문학혁명 이후 중국 신문학이 기존의 전통 및 세계문학의 위계질서에서 이탈하여 탈권위적이고 수평적인 방식으로 조선에 수용된 양상을 분석한다. 또한, 양건식, 정래동 등 중국 신문학을 적극적으로 번역하여 한국문학의 자산으로 편입하고 한국 독자들의 계몽을 이끌고자 했던 인물들을 소개한다. 2장은 조선 내 대만에 대한 인식의 변천을 다루며, 특히 식민지의 좌파 문인으로서 좌익 리얼리즘 문학의 문맥에서 대만 문학의 가치를 발견하고 연대 의식을 형성했던 인물인 박승극을 조명한다. 3장에서는 냉전 시기 반공 이념에 따른 통제와 검열의 대상이었던 중국 및 대만 문학이 탈냉전, 탈식민 시대에 들어서 이념의 잣대로 재단되지 않은 온전한 형태로 한국에 수용되기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4장은 대만 시인들의 동인 집단인 ‘풍차시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요일식 산보자>의 파격적인 형식 실험과 이미지, 스토리텔링을 해부한다.
2부는 근대적 도시 체험이 문학에 반영되는 양상을 탐구한다. 5장에서는 한중 양국에서 도시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박태원의 <천변풍경>과 라오서의 <사세동당>을 비교하며 세태소설 속에 형상화된 도시 풍속과 문화를 살펴본다. 또한 문학 텍스트에 포착된, 진보와 환희의 공간인 동시에 불평등과 혼잡, 인간 소외 등 근대화의 어둠이 서린 장소인 도시 공간에 대한 당대인의 복합적인 인식을 들여다본다. 6장에서는 도시 상하이의 아이콘인 마천루의 상징성을 논하고 마천루를 묘사하는 텍스트에 반영된 당대인들의 의식과 욕망을 분석하며, 이어서 7장에서는 한국 작가 피천득과 상하이의 인연에 관해 다룬다. 8장은 바이셴융의 <타이베이 사람들>과 김승옥의 <서울 1964년 서울>에 나타나는 크로노토프, 곧 결합된 시공간이 구현해 내는 ‘유동적이고 미완결인 동시대성’을 읽어내고 이들의 시공간 의식이 당대 사회와 보편적으로 공명하며 탄생한 시대의식을 조명한다.
3부는 중국어권 영화계와의 교류를 주제로 한다. 9장에서는 무성영화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롼링위의 삶과 연기 이력, 조선 영화인들과 교섭한 역사를 다루며, 10장에서는 일제 치하 조선인들에게 만주에 대한 허구적인 이상을 심어주었던 만주영화협회와 만영을 상징하는 스타 리샹란을 중심으로 식민 통치자들이 전파하고자 했던 제국주의의 허상을 고찰한다. 11장에서는 1970년대 한국에 열풍을 일으킨 홍콩 영화 <스잔나>의 인기 요인을 작품이 촉발하는 정념과 당시 청년 세대의 하위문화적 갈망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12장에서는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에서의 북한 영화 수용 양상을 살펴보고 주체사상 확립 시기 정부 역량의 적극적 투자로 예술 창작의 전성기를 맞았던 북한 영화가 당시 중국에 일으킨 신드롬을 분석한다.
4부는 ‘전유와 변용’을 테마로, 장르와 장르, 국가와 국가가 교섭하며 창출한 문화적 산물에 초점을 맞춘다. 13장은 음반 매체라는 새로운 지역어 향유 수단의 등장과 일본 악곡 및 영화 장르와의 교섭을 바탕으로 대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민요로 거듭나게 된 <만춘풍>의 역사 문화적 의의를 고찰한다. 14장에서는 홍콩 영화 감독 후진취안의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한국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이 타 문화의 맥락과 초국적인 상상력 속에서 재해석되고 새롭게 가치를 부여받게 된 의미 있는 사례로서 분석한다. 이어 15장에서는 대만 작가 황춘밍의 소설 <두 페인트공>을 각색한 연극 <칠수와 만수>와 동명의 영화가 한국 현대 문화사에 남긴 족적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16장에서는 중국어권 영화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음식 장면들을 통해 영화에 투영되는 중국어권의 식문화를 탐구한다.

이처럼 《장소와 시간의 유동》은 소설, 음악, 영화, 미술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채로운 텍스트를 넘나들며 20세기 동아시아 각 지역에서 나타났던 정념과 감성의 역사를 되짚고 문화 교류의 문맥을 읽어낸다. 이 책이 조명하는 20세기 동아시아의 역동적인 형상과 문화 유동의 세밀한 단면은 타 문화와의 무수한 교섭 속에서 발전한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21세기 현재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 지평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머리말 20세기 동아시아 문화 유동의 단면들을 되돌아보며

I부 문학적 시간의 재인식
1장 일제강점기 조선의 세계문학 관념과 중국 신문학의 수용
 1 한국 신문학의 형성과 근대 번역의 탄생
 2 중국 신문학의 수용 양상과 번역 특징
 3 세계문학 모델과 중국 신문학의 위상
2장 박승극과 일제강점기 조선의 대만문학 탐색
 1 조선의 대만 인식 전환과 해외문학 소개 열풍
 2 〈대만문화개관〉의 대만문학 탐색
 3 일본 좌익문단을 통한 대만과의 간접 교류
 4 민족문학 건설을 위한 연대의식과 좌절
3장 한국 냉전 시기 중국어권 문학 인식의 심상지리
 1 해방기 중국어권 문학 번역 활동의 소생과 난관
 2 냉전기 ‘본토 대만’의 실종과 관념적 ‘자유중국’의 대두
 3 심상지리 공간으로서의 ‘중국’과 그 제자리 찾기
4장 동아시아 초현실주의와 대만의 다큐멘터리 영화
 1 문학사 스토리텔링의 특징
 2 아카이브의 콜라주와 오브제 표현
 3 공시성과 본토성 구현의 맥락

II부 체험과 상상으로 유동하는 도시
5장 청계천과 후퉁, 박태원과 라오서 세태소설의 도시 고찰
 1 세태소설 작법과 시각의 비교
 2 체험공간으로서의 후퉁과 청계천
 3 도시문화 비판과 도시 인식
6장 마천루의 등장과 상하이 문학의 도시 조감도 • 196
 1 이미지로서 마천루의 의미
 2 상하이의 번영과 마천루의 등장
 3 욕망과 풍자의 대상이 된 마천루
 4 고층의 생활과 묘사 시각의 변화
 5 부감 구도의 확장—와이탄과 경마장의 메타포
7장 수필작가 피천득의 상하이 인연
 1 창작 생애와 상하이 체험
 2 상하이 모티프와 기억의 낭만화
 3 상하이 상상의 미덕과 한계
8장 전후의 서울과 타이베이, 김승옥과 바이셴융 소설의 시공간
 1 두 작품의 정전적 특성과 의미
 2 소설적 크로노토프와 관념화된 시공간
 3 정전화와 시공간 의식의 작용

III부 장소와 시간을 횡단한 정념
9장 상하이 여배우 롼링위와 조선의 초국적 교섭
 1 롼링위의 전성기 영화와 배우 김염의 역할
 2 롼링위와 상하이 영화계에 대한 조선 매체의 인식
 3 롼링위와 정기탁의 공동 작업
10장 리샹란의 만주 영화가 투사한 제국의 허상
 1 동아시아 식민공간과 리샹란의 영화
 2 표상으로서의 대륙과 식민지의 중국 상상
 3 멜로드라마와 이국주의가 전파한 허상
11장 홍콩 ‘스잔나’ 영화의 한국 신드롬과 문학 변용
 1 ‘스잔나’ 영화의 반향과 그 배경
 2 소녀의 요절과 저가 극장의 하위문화 정동
 3 영화적 정동의 문학적 확장
12장 중국의 문혁 시기 북한영화 수용과 세기말의 잔영
 1 중국의 북한영화 수용 양상
 2 영화 서사와 장치상의 차이
 3 세기말 전후 문혁 소재 영화 속의 북한영화
 4 노스탤지어와 키치 코드로서의 의미
 5 홍색정전의 부활과 주선율 영화의 진화

IV부 전유와 변용—탈경계 네트워크와 로컬리티
13장 지역어 가요의 민요화와 대만의 문화정체성 찾기
 1 새로운 대중문화 공간과 소리 문화
 2 지역 감성의 형성 배경과 특징
 3 파토스의 호명과 재구축
14장 홍콩 감독 후진취안의 한국 로케이션과 초국적 상상력
 1 장소의 발견과 공간적 재구성
 2 서사 공간의 이상향화
 3 장소의 오마주와 스타일링
15장 대만소설을 각색한 연극·영화 〈칠수와 만수〉
 1 언어와 장르의 횡단—중국어 소설에서 한국어 연극과 영화로
 2 한국적 문맥에서도 통한 원작의 독창성
 3 〈칠수와 만수〉의 현재와 미래
16장 세기말 중국어권 영화의 뉴 웨이브와 음식문화
 1 영화 속의 음식과 뉴 웨이브 영화의 등장
 2 영화의 새로운 조류와 음식문화 표현의 의미
 3 음식문화 코드와 소비자본주의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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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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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동천

현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고려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중 베이징 사범대학에서 박사 연수를 했고, 교수 재임 중 타이완 중앙연구원 및 국립 정치대학, 그리고 영국 케임리지대학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그 밖에 고려대 기초교육원 원장과 한국 중어중문학회 회장,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영화와 현대 중국》, 《대륙을 품은 섬, 영국 견문록》, 《길 없는 길에서 꾸는 꿈―중국 신문학 100년의 작가를 말하다》(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상하이 모던》(공역), 《저주받은 문학―1945~1949 전후 초기 타이완문학론》(공역) 등이 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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