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 새로운 소송

저자 : 페터 바이스
역자 : 문광훈

판형 : 변형국판 면수 : 340 쪽

발행년월일 : 2010-06-30

ISBN : 978-89-7641-726-8 04850

고려대학교세계문학 20

가격 : 9,000

삶은 항소의 과정이다.

말할 것도 없이 프란츠 카프카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를 읽고 배우며 다시 쓴 작가는 여럿일 것이다. 페터 바이스(Peter Weiss, 1916-1982)도 여기에 속한다.
바이스는 두 차례에 걸쳐 카프카의 소설 《소송》(1925)을 희곡화했다. 첫 작품 《소송》은 1975년에 브레멘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이 첫 작품은 그에게 여러 가지 점에서 탐탁지 않았고, 그래서 대작 《저항의 미학》을 10년 만에 탈고한 후 다시 쓴다. 이것이 1982년에 나온 《새로운 소송》이다. 그는 이 작품의 연출을 직접 맡았고, 3개월 후 세상을 떠난다. 그러니 이것은 작가적 결산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문학작품이란 하나의 다의적 구조물이다. 따라서 그 의미는 한두 개념이나 술어로 고갈될 수 없다. 《소송》이나 《새로운 소송》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배어 있다. 법과 판결의 자의성과 폭력성, 고통과 희생의 반복, 세계의 모호성, 승진에의 압박과 경쟁사회, 다가오는 전쟁, 매끈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세계의 부조리함, 이 부조리함 속에 개처럼 죽어가는 인간 생애 등등. 이것을 역자는 세 가지 – 부자유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자기기만(첫째)과, 이런 기만으로 인한 억압의 편재화(둘째), 이런 억압적 질서에서 추구되는 “어떤 다른 질서”의 가능성(셋째) -로 언급했다. 그러나 더 줄일 수는 없을까? 그것은 ‘자기기만의 복합체로서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한 사회의 많은 것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상부층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중간계층이나 하부계층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일정한 자기기만 속에서, 작가가 지적하듯이, “이 기만에 헌신하며” 사는 까닭이다. 이들은 기만-부패-불합리로 인해 한편으로는 고통 받고 억눌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부패를 만드는 데 일조하면서, 그리하여 결국 이 부당한 메카니즘의 한 인자(因子)로 살아간다. 이것은 소시민들뿐만 아니라 이 소시민들의 허위의식을 직시하는 주인공 K에게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하여 사람은, 마치 K가 그러하듯이, ‘자기 허약성에 무너지는’ 것이다. 모든 것의 무의미는 이렇게 순환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한 권력관계 아래에서 그 서열관계의 강압성이나 폭력에 희생되면서도 동시에 이 관계의 수혜자로 산다. 사람은 크고 작은 악과 거짓과 부당성의 거대한 공모관계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체계/관계에 대한 항의는 간단치 않다. 소송은 곧 삶의 과정임에도 불구하고(독일어로 소송은 ‘Prozeß’(process)이고, 그것은 곧 ‘과정’이란 뜻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삶에 낯설다. 이것은 먹고 사는 생계의 급박함 때문일 수도 있고, 이해관계나 탐욕 때문일 수도 있고, 무관심이나 무지로 인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항의는 남의 고민이 되고, 먼 동네의 일이거나 다른 세계의 사건이 된다. 그리하여 거짓은 항구적 인간질서로 작동한다.
바이스의 《소송》과 《새로운 소송》이 보여 주는 것도, 마치 카프카의 문학이 그러하듯이, 결국 줄이고 줄이면 삶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보여 줌으로써 ‘어떻게 앞으로 살아야 하는가’ 혹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그것은 생각게 한다. 그 세부내용이 어떠하건, 삶은 억압과 지배권력으로부터는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그러는 한, 부자유한 삶, 편재하는 억압성, 인간관계의 권력화 등은 진보 혹은 보수의 독점적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 있고 양식 있는, 그래서 자기 삶을 주인으로서 살아가려는 시민이라면, 마땅히 정면으로 맞닥트려야 할 문제다.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나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굳이 이런 당위적 술어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성찰되어야 하는 삶 일반의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금 여기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것은 삶의 강제질서가 ‘자기기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 바이스의 통찰에서 이미 암시되어 있다

소송
새로운 소송

작품해설
거짓 질서에 항소하다

작가연보

저자 : 페터 바이스

Peter Weiss(1916-1982)1916년 독일 베를린의 노바베스에서 헝가리-유대인 출신의 직물업자인 아버지와 스위스 바젤 출신의 여배우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1934년까지 베를린과 브레멘에서 살았고, 이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을 거쳐서 체코로, 그리고 스위스를 거쳐 스웨덴으로 이주하였다. 이러한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그는 작가로서 화가로서 영화감독으로서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내용·형식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1965년 아우슈비츠 재판을 방청한 이후 미국의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등 적극적 현실참여 활동을 하였으며,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항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개인의 보편적 삶을 작품에 담았다.대표적인 작품으로 소설 《부모로부터의 작별》, 《저항의 미학》, 희곡 《탑》, 《마부 몸의 그림자》... more

역자 : 문광훈

고려대 독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독문학)를 받았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 가지 방향에서 글을 쓴다. 독일문학·예술학·철학 분야와 한국의 문학·비평·문화 분야, 그리고 자기 이름을 걸 수 있는 예술론과 미학 분야가 있다. 지금까지 발간된 저서는 《구체적 보편성의 모험 ─ 김우창 읽기》(2001), 《시의 희생자, 김수영》(2002), 《숨은 조화 ─ 심미적 경험의 파장》(2006), 《김우창의 인문주의》(2006), 《아도르노와 김우창의 예술문화론》(2006), 《정열의 수난─ 장정일론》(2007), 《세 개의 동그라미: 마음·지각·이데... more

댓글을 달 수 없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