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담론의 논리와 지향 -비판이론의 탐색

저자 : 고성빈

판형 : 신국판 면수 : 729 쪽

발행년월일 : 2017-02-25

ISBN : 978-89-7641-925-5 93340

단행본 

가격 : 38000

이 책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권력에 의해 은폐된 진실과 허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표준화하고 지배하려는 지식과 자본, 국가권력에 대해 무한한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근대가 조성한 제국-국가의 지배기제에 대한 각성과 탈근대적 문제의식은 저자의 동아시아사고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21세기 세계에서 ‘공정한 지배’와 ‘공동체적 정의’의 문제를 자신의 동아시아담론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동아시아의 소수자, 주변적인 민족과 국가의 타자화의 문제를 ‘국제사회의 정의론’과 ‘비판이론’을 적용시켜 바라보고 있다. 서로 존중하는 시민의식을 지역차원으로 확장시켜 동아시아의 문제들에 접근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를 사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에 대한 독자적인 비판의 틀을 구상하면서 지식의 탈경계주의를 활용하여 동서양의 비판이론가들의 견해를 모두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동아시아의 중요 단위인 한국, 대만, 일본과 중국과 개별적 주요 지식인들의 동아시아론을 바라보고 토론함과 동시에 동아시아가 나아가야 할 미래상을 기준으로 삼아 적절한 대안적 사유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대안에 대해서 ‘미래사적 방법론’으로 희망적으로 파악하려 하지만, 그 한계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감지하고 있다. 즉, 결론에서 비록 인문학적인 논리들이 상상과 규범론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비현실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월린(Seldon Wolin)과 기든스(Anthony Giddens)의 개념을 빌려 정당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동아시아의식은 서세동점의 초기에 일본의 침략으로 생성되었다고 논한다. 당시 한국에서 등장한 동아시아론이 제국주의침략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동양평화론을 제시하면서 출발하였으며, 이후 냉전시대와 개발독재체제에서 진행된 반미제국주의와 반독재민주화운동과도 연관을 맺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서세동점의 시대, 일제 강점기,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반제국주의-반독재투쟁에서 표출된 비판의식의 성장과 1990년대 동아시아담론의 생성이 연결선상에서 발전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동아시아 주변부인 대만은 제국의 경계에서 피해를 당했던 역사와 통일-독립 이원론의 정치(국족주의정치)에서 정체성의 유동을 겪으면서 그 출로를 자연스럽게 동아시아시각으로 모색하는 진보적인 특징을 담고 있다. 특히 천광싱은 대만의 탈제국-탈식민-탈냉전의 비판적 사고를 동아시아시각과 연동시켜 대만의 출로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견제를 의식해서인지 지식계에서마저 제국몽과 동아시아의 주도적 위상에 집착하면서 진보적인 동아시아사고에 인색하다. 일부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동아시아론에는 이상으로서 동아시아의 수평적인 관계를 중시하지만 현실적인 대국인식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저자는 전자를 대표하는 왕후이의 동아시아관이 주변에 대한 수평의식이 결여된 측면을 비판하고 있으며, 후자의 대표인 쑨거가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중국과 동아시아의 관계를 의식하는 것을 논증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대륙과는 달리 소수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견해(고야스 노부쿠니, 와다 하루키, 요네타니 마사후미, 사카모토 히로코 등)는 상당히 세계시민주의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으나, 국가와 사회 전반적으로는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리고 과거 동아시아침략의 원죄를 의식한 최근의 진보적인 학자들의 새로운 동아시아론을 접할 수 있지만 아직은 역사에 대한 반성이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다케우치 요시미의 동아시아론에 대해서도 표면적인 내용과는 달리 내면에는 아직도 주변부를 경시하는 측면을 비판하고 있다.
결론 부분은 저자가 앞에서 수행한 분석에 따라 주로 주변부시각에서 제시하는 비전을 비판의 틀로 이론화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였다. 즉, 앞 장에서의 분석에서 추론한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상상의 개념들을 어떻게 비판이론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지 사고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서는 탈국적의 비판적 지식인의 시각에서 지식의 무경계, 탈공간적 적용으로 논의에 접근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동아시아공동체라는 정치경제적인 프로젝트에 집착하기보다 주로 주변부시각에서 제시하는 인문학적인 비전(vision)을 동아시아에서의 정당한 지배를 지향하는 비판의 준거로 이론화 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또한 이 책은 동아시아발 비판이론의 모색이라는 큰 주제를 네 가지 세부적인 주제로 나누어 토론을 시도했다. 이것들은 각각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연결선을 달리고 있다. 첫째, 근대의 계몽기획과 탈근대적 문제의식을 접목한 이중과제를 비판의 준거로 삼기 위한 근거를 칸트와 하버마스의 사유에서 찾는다. 둘째, 주변부시각에서 진단한 동아시아적 상황을 참조하여 강조했던 인문학적인 개념들의 유효성을 따져보고, 대표적으로 수평주의적 사고를 비판이론의 논리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토론한다. 셋째, 주변부 시각에서 동아시아 소수자문제를 초국적 정의론을 자원으로 삼아 조망한다. 넷째, 서구의 신비판이론의 개념을 참조하면서 동아시아담론이 제시하는 논지를 동아시아의 정당한 지배를 위한 비판의 준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망한다.
저자는 동아시아담론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논리적인 방어를 하고 있다. 비판론은 대체로 그 내용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담론이 기본적으로 동아시아지역의 정체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동서대결의 함정에 빠질 우려를 표명하는 경우가 많다. 즉, 담론은 인문학적인 개념들을 제시하여 지향으로 삼는데, 그 매개로서 동아시아라는 구체적인 지역을 설정하다 보니 동서이원론의 경계 만들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체제의 소수자를 상징하는 동아시아의 복원을 구상하면서도 마치 서구를 상대역으로 삼는 대결적인 지역체제를 구축하려는 이론적 프로젝트로 오해받을 소지가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해를 증폭시키는 이유는 탈국민국가주의와 시민-지식인관계망을 상상하면서도 현 단계에서 국가가 논의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공동체를 구성하자는 담론은 자기모순으로 들릴 수 있다. 그리고 담론이 동아시아공동체와 시민-지식인관계망 혹은 지역연대를 주창하면서 이들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담론이 지향하는 바가 국가 간의 위계구조보다는 관계망으로서 수평적인 구조를 의미한다면 공동체론은 탈국민국가주의를 주창하는 동아시아담론의 저항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동아시아담론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은 담론이 아직 지적인 계몽운동과 이론화(사상화)의 사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현실의 분석이 아닌 비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성격이 짙다 보니 자연적으로 일종의 규범론에 빠지게 되면서 지식인들의 의식계몽운동으로 합리적인 오해를 받는 측면이 있다. 의식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동아시아학으로 성숙해지려면 이론화(사상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문적으로 탄탄한 서구적 근대와 발전이론에 대해서 사상과 이론이 없이 단순한 동아시아지역주의 운동으로써 대항한다는 것은 비판론이 지적하는 것같이 동서이원론적 사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구적 근대와 발전을 포용하면서 동아시아의 대안적 발전을 추구하는 이론을 모색하는 게 담론의 지식인들이 짊어져야 할 작업이라고 저자는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동아시아담론이 지향하는 거대한 지적인 상상의 기획은 인류사회의 문명적 차원에서 의식의 각성과 변화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구체적인 결과를 단기간에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과제가 지난하기 때문에 동아시아담론은 철저히 미래에 대한 우리의 비전으로서 순수하게 지적이고 문화적인 비판과 토론으로 가는 게 지식패권과 체계권력에 대해서 오히려 더욱 큰 비판적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긍정적으로 말한다. 즉, 동아시아담론의 비판적 의식을 미래지향의 척도로 삼아 동서이원론적 사고의 문제점, 동아시아 내부의 지배의 불공정성과 발전의 불균질성의 인과관계를 성찰하는 이론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특히 한국의 학계에서 주창하는 동아시아담론의 인문학적 논리가 이상적이기만 하고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매사에 실현가능성만을 생각하고 미래의 이상에는 눈을 감아야 한다. 즉, 우리는 ‘지적 비관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적 낙관주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1장 논의를 시작하면서

제2장 동아시아 담론의 논리

1. 미완의 근대와 탈근대적 문제의식
2. ‘동아시아’의 함의—저항의 서사에서 유연한 의식공간으로
3. 시민-지식인의 협력적 관계망과 공론장
4. 주변부와 중심부 시각의 차이
5.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비판론

제3장 한국의 동아시아 담론―비판사조의 종합과 인문학적 상상

1. 문제의 제기
2. 비판사조의 생성과 발전
3. 21세기 동아시아 담론—비판사조와 인문학적 상상의 결합
4. 주변부시각의 동아시아—소수자의 역사와 소국주의론
5. 동아시아 지역연대의 논리—공동체 vs. 관계망
6.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비판론
7. 비판론에 대한 토론—미완의 과제

제4장 대만의 동아시아상상―탈제국·탈식민·탈냉전과 소국주의상상

1. 문제의 제기
2. 소수자의 유동하는 정체성
3. 비판적 지식인의 국족주의정치 비판
4. 비판논리와 동아시아 담론의 접목
5.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상상
6. 대만과 한국의 동아시아 담론—비판이론의 출발선

제5장 일본의 동아시아사고―탈아와 흥아의 이중변주

1. 문제의 제기
2. 근대성과 근대화의 부조화와 분절의 인식론
3. 탈아와 흥아의 이중변주의 생성
4. 이중변주의 합성—대동아공영권이념과 좌담회의 논리
5. 초기 동아시아사고에 대한 비판(메이지-태평양전쟁)
6. 다케우치 요시미의 동아시아론 — 역 사 의 구 조 와 현상의 분리기획
7. 야마무로 신이치—다즉일多卽一·일즉다一卽多
8. 요네타니 마사후미—‘포스트동아시아’론
9. 동아시아공동체론—현실과 이상
10. 분절적 조망과 분리기제 비판—서구 근대에 편승하기와 떠넘기기
11. 반일사조의 창조적 전환과 소일본주의

제6장 중국의 동아시아사고―범아론과 중국식 보편주의구상

1. 문제의 제기—거대한 전환과 담론패권의 이동
2. 범아론의 생성과 특성
3. 근대 초기 지도자들의 아시아사고
4. 왕후이의 반동아시아의 동아시아사고
5. 트랜스시스템사회론—동아시아 보편주의역사론
6. 트랜스시스템사회론 비판—동아시아 주변부의 시각
7. 동아시아 주변부 역사의 복원
8. 쑨거의 동아시아사고—가치와 현상의 분리
9. 동아시아공동체구상—기능주의와 문화주의
10. 지적인 상상과 현실주의의 기로에 선 중국의 동아시아사고

제7장 동아시아발 비판이론의 모색

1. 비판적 사유의 출발선
2. 인문학적 상상vision과 수평주의사고
3. 세 도시 이야기—소수자 문제와 초국적 정의론
4. 세계시민주의적 시각

저자 : 고성빈

저자는 현재 제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담론, 중국, 일본, 티베트에 대한 주제로 논문을 다수 발표했으며 동아시아의 사상과 역사논쟁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교수신문》에 여러 편의 사회평론과 서평을 발표하였고,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2016)에 공저자로 참여하였다. 현재 ‘동아시아패권-한반도국가-제주의 삼자관계성’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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