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누구나 신동이다
야생동물들은 태어난 지 오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선다. 그에 비하면 세 살배기 아이들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좀처럼 없다. 신발 끈을 매거나 원을 그리는 등의 초보적인 활동은 물론, 자신의 생사에 관해서도 한심할 정도로 무지한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다면 아이들은 그 자신의 생명조차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라고 해서 항상 서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이렇게 미숙한 아이들의 언어에 관한 비상한 능력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아이들의 다른 능력과 비교해 볼 때 언어에 관해서라면 아이들은 누구나 신동이라고 할 만하다는 것이다.
옹알이에서 말하기까지
저자는 아이들이 음, 단어, 의미, 문장을 순차적으로 배우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이 말을 배우게 되는 다양한 사례를 곁들이면서 아이들의 언어습득 방법을 고찰하였다. 우선 아이들이 단어들을 어떻게 식별하고 습득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어를 배우는 과정은 처음에 아주 천천히 진행되다가 생후 18개월 무렵에는 학습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어른이 되어 외국어를 학습할 때의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이 놀라운 학습속도와 학습과정에 경외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말의 흐름 속에서 단어 크기의 덩어리를 찾아낼 수 있고, 그들 자신의 단어를 만들 수 있으며, 단어의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2장에서 6장에는 이러한 아이들의 언어학습 능력에 대한 경외감을 바탕에 깔고 최초의 옹알이에서 시작하여 단어들을 조합하여 문장을 만드는 것을 습득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하였다.
아이들은 어떻게 말을 배우나
그렇다면 이 모든 과정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저자는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관점들을 소개하면서 그 관점들 간의 차이점을 서술하였다.
모방은 언어습득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비록 아이들이 어른들이 말하는 바를 듣고 똑같이 따라하면서 언어를 습득하기는 하지만 단어와 달리 문장은 절대 모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문장을 매일같이 창조하고 있다. 가르침 또한 언어습득 방법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단순히 아이들의 말실수를 정정해 주는 것만으로는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모방과 가르침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엄마말’을 통해 언어를 배울 수도 있을까? 이는 부모가 느린 속도로 신중하게 발음을 만들어 내고 기본적인 어휘와 짧은 문장들, 다소 과장된 억양을 사용하면서 아이들의 언어습득을 기여한다는 관점이다. 이 외에도 입술, 혀, 목, 코 등 언어학습에 알맞은 형질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는 관점, 인간의 뇌에 언어학습에 관련된 습득 장치가 있다는 관점, 언어를 학습하는 법을 학습함으로써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관점에도 지면을 할애하였다.
언어는 여전히 불가사의하다
이렇게 책의 모든 지면을 언어습득 방법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한 서술로 가득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능력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경이로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많은 것들이 조사와 분석을 통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지만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서는 2천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서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어의 불가사의함은 매년 수천만 명의 아이들이 빠르고 쉽게 언어를 습득한다는 사실에 의해 증대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어떻게 말을 배우나’에 대한 해답과는 별도로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결국 언어가 놀랍도록 신비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데까지 이를 것이다.
제1장 시작하기
제2장 놀라운 단어탐구자
제3장 이것의 의미는 무엇?
제4장 열 지어 모인 단어들
제5장 문장의 의미
제6장 옹알이, 말하기
제7장 아이들은 어떻게 말을 배우나?
부록1 일기 쓰기와 테이프에 녹음하기
부록2 영어의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