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바로크와 근대성

저자 : 송상기

판형 : 신국판 면수 : 320 쪽

발행년월일 : 2026-02-27

ISBN : 979-11-6956-142-6 93800

단행본 

가격 : 28,000

바로크는 반근대인가, 근대성의 대안인가? ― 정복과 저항의 역사로 읽는 라틴아메리카 바로크 미학

바로크는 본래 17세기 유럽에서 태동한 예술 사조이다. 빛과 어둠의 대비, 균형의 파괴, 과장성과 혼종성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이 양식은 ‘일그러진 진주’라는 본래의 의미처럼 기괴하고 무절제하며 혼란스러운 것으로 폄훼되어 왔으나, 20세기 이후 일부 학자들에 의해 오히려 고전주의적 경직성에서 탈피하려는 주체적인 시도로 재평가되었다. 이러한 바로크 문화는 식민 지배를 통해 신대륙까지 전파되며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라틴아메리카의 근대성은 ‘식민성(coloniality)’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식민 지배를 통한 폭력적인 근대화 과정이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초래한 지속적인 모순과 갈등은, 유럽과는 구별되는 라틴아메리카만의 독자적인 바로크 에토스(ethos)를 형성했다. 이 책은 문학, 역사, 법률, 사상, 회화, 건축, 미학 등 다양한 층위에서 바로크 담론을 조명하며, 유럽의 바로크가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고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적 양식으로 발전하기까지의 여정을 탐구한다. 문자와 도상을 사용하여 식민 지배의 폭력성을 고발한 과만 포마의 상소문과 과달루페 성모상의 탄생 과정, 최초로 원주민의 인권 보장을 주장한 라스 카사스 신부와 살라망카 학파의 법사상 등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바로크 정신의 뿌리를 추적한다.
저자는 바로크의 역사적 근원을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빌려 ‘바로크’라는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바로크를 근대화의 실패 요인으로 분석한 페드로 모란데부터 근대성에 대한 일종의 대안으로 바라본 볼리바르 에체베리아까지 여러 학자의 논평을 소개하며, 바로크를 단순한 예술 양식이 아닌 근대성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대한 하나의 태도로서 사유한다. 또 멕시코 바로크 문학의 최고봉이자 여성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후아나 수녀와, 중남미 문학의 두 거목으로 불리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의 문학적 기법을 분석함으로써 그들이 바로크 정신을 자신의 문학 기법 안에 녹여낸 방식을 탐구한다. 영혼과 육체의 순환 속에서 종교적 묵상을 시도한 후아나 수녀, 미로와 같은 서사 구조 속에서 비선형적 시간관을 탐구한 보르헤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역사의 폭력을 신화적 언어로 증언한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바로크적 코드를 전유한 서로 다른 방식은 바로크가 하나의 미학적 원리로 수렴되지 않는 복수의 목소리임을 증명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바로크는 단순히 유럽의 바로크에 대한 동화가 아니다. 그것은 서구인들이 그들의 문명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벌인 잔혹한 학살과 경제적 착취, 문화의 강제적 주입이라는 혼란스러운 경험에 한편으로는 굴복하고 한편으로는 저항하며 생존을 모색한 일련의 흔적이다. 오늘날 세계는 단일한 근대성 모델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세계화, 다문화 사회, 이념적·종교적 갈등, 생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차이와 모순을 배제하지 않고 공존시키는 새로운 사유의 틀을 요구받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라틴아메리카의 바로크적 경험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본다. 현실에 대한 우회적 긍정을 통해 비판 정신을 담고 보편적 초월을 모색하는 바로크적 에토스는, 조화로운 통일을 강요하는 대신 불협화음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상처 속에서 창조의 가능성을 이끌어 낸다.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종교와 정치사상이 교차하는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자뿐 아니라, 근대성 이후의 세계를 사유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의미 있는 지적 여정을 제공할 것이다. 바로크를 하나의 지역적 문화 양식이 아닌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 읽어내는 이 책은, 늘 서구의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분석해 온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로크(Baroque)’는 17세기 유럽의 예술 양식, 혹은 르네상스의 균형이 무너진 일그러진 진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 바로크는 단순한 예술 사조를 넘어선다. 그것은 정복과 피정복, 이성과 감성,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모순적 현실을 살아내기 위한 치열한 삶의 태도이자 ‘에토스(Ethos)’였다. 에콰도르의 사회학자 볼리바르 에체베리아가 통찰했듯, 라틴아메리카의 바로크적 에토스는 자본주의적 합리성과 직선적 역사관이 지배하는 서구 근대성에 대한 대안적 담론으로서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 〈서문〉 중에서

서문

1장 들어가며—신대륙의 바로크와 근대성

2장 메소아메리카의 미학과 바로크적 표상

3장 서구의 신대륙 정복 이후에 나타나는 중세와 바로크

4장 도상의 문자화와 문자의 도상화

5장 식민주의적 기획과 보편과 인권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바로크 법과 국제법의 태동

6장 산타 마리아 토난친틀라 성당과 과달루페 성모 발현 이야기가 지니는바로크적인 의미

7장 바로크적 꿈과 이상—후아나 수녀

8장 라틴아메리카의 바로크 에토스

9장 글로벌 아메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의 태동—카를로스 데 시구엔사 이 공고라의 《알론소 라미레스의 불행》

10장 바로크를 대하는 보르헤스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상이한 시선

11장 바로크·네오바로크와 대안 근대성

참고 문헌

저자 : 송상기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문화를 연구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과 사상을 통한 근대성의 대안담론과 바로크적 에토스가 현대에 미치는 함의 등에 관심이 있다. 단독저서로는 《멕시코의 바로크와 근대성》, 공저로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라틴아 메리카의 문학과 역사》 역서로는 《아우라》(카를로스 푸엔테스 저), 《조난일기》(알바로 누녜즈 카베사 데 바카 저) 등이 있고 라틴아메리카 식민지시대 문학과 현대문학 등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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