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의 삶과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러시아 정교 신앙에 대한 접근이 선결 조건이다. 동방정교는 서기 988년 러시아 땅에 뿌리내린 이래 약 천 년 동안 러시아인들의 정신구조를 형성하고 지배해 왔다. 전적으로 종교적이었던 러시아 고대 및 중세는 물론 문화의 세속화가 이루어진 17세기 이후에도, 그리고 심지어 무신론을 표방하던 구소련 시대에도 러시아정교는 그들 민족성의 일부로서 예술 텍스트에 깊이 새겨졌다. 이 책은 이렇듯 러시아 문화의 기저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러시아 정교’를 단일한 테마로 하여 러시아의 역사, 사상, 문학, 종교, 예술을 포괄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독자들은 러시아가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게 된 경위와 그 신앙이 러시아화되는 전개과정, 러시아정교회의 신학과 전례 그리고 음악, 성당건축, 성상화(이콘) 등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으며, 그러한 본질적인 러시아정교 신앙이 이 나라의 문화 및 예술 일반과 어떻게 상호작용해 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유로지비, 우밀레니에, 소보르노스쯔, 모스끄바-제3의 로마 같은 개념요소들, 소유파와 무소유파, 분리파 및 구교도, 프리메이슨, 서구파와 슬라브파, 소피아론, 건신론 등과 같은 사상적 측면들에 대한 설명은 물론 뿌쉬낀, 도스또예프스끼, 똘스또이, 블록을 비롯한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들, 아흐마또바, 빠스쩨르나끄, 그리고 러시아의 유명한 이콘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와 차이꼬프스끼 등에 대한 문학, 예술적 국면의 이해를 도모하고 있는데, 이렇듯 다양한 측면의 예술적 접근은 이 책을 교회사나 신학 관련 서적과는 다른 성격의 저술로 만드는 데 확실히 기여하고 있다. 즉 이 책은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러시아, 특히 러시아정교를 소개하는 데 그 일차적 의미가 있으며, 하나의 종교를 단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 구현된 러시아 정교, 즉 ‘러시아적 정신’을 다각적으로 조망하고 있다는 데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I. ‘첫 번째로 부르심을 받은’ 민족
아름다움의 신학 / 이중신앙 / 비잔티움 문화의 토착화
실천적 사랑 / 공동체 정신(소보르노스쯔) / 자비와 연민(우밀레니에)
II. 러시아 정교회의 역사
– 러시아의 그리스도고화와 그리스도교의 러시아화
1. 끼예프 시대 – 성스러운 지혜
성 소피아 대성당 / 수도생활의 시작 / 문화의 번역과 창작
2. 몽고 지배 시대 – 존재의 물적 증거
수도원의 성장과 성 세르기 / 헤시카즘
안드레이 루블료프 / 유로지비 / 모스끄바의 부흥
3. 모스끄바 시대 – 제 3의 로마
모스끄바 – 제 3의 로마 / 이단의 출현 / 소유파와 무소유파
대혼돈기와 열성신도들 / 종교 대분열
4. 뻬쩨르부르그 시대 – 신예루살렘의 변주들
신성 종무원 / 계몽주의 시대의 신 / 분리파와 종파들
프리메이슨 / 위대한 장로들 / 러시아 성서 협회
서구파와 슬라브파 / 도스또예프스끼 / 똘스또이
세기말의 종교부흥과 ‘신을 찾는 사람들’ / 솔로비요프의 소피아론
건신론과 신앙의 변조 / 분리파에서 구교도로
5. 혁명 이후 시대 – 끝, 혹은 새로운 시작
총대주교제의 부활 / 내부 분열 / 종교와의 전쟁
‘두 얼굴의’ 교회 / 해빙과 탄압의 재개 / 소생
III. 신학과 전례 – 앎에서 사랑으로
1. 신학 – 찬란한 어둠
삼위일체 / 니케아 신경 / 필리오케 논쟁 / 그리스도 논쟁
강생 / 부활 / 케노시스 / 테오시스 / 시네르기아
테오토코스 / 부정신학 / 이콘 논쟁
2. 전례 –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매일 의식 / 성찬예배 / 성사 / 거룩한 표징
IV. 예술 – “미가 세상을 구원하리라”
1. 음악 – 노래하는 신학
단성악과 다성악 / 성가의 역사적 유형 / 기보법
2. 건축 – 돌과 나무의 시
성당의 밖 – 형태와 색채의 상징학
성당의 안 – 수직과 수평의 상호 번역
3. 이콘 – 침묵의 설교
러시아 이콘 화파 / 사실주의를 넘어서 / 이콘의 종류
V. 끝나지 않는 향연
저자 : 석영중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슬라브어문과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푸시킨, 마야콥스키, 아흐마토바 등, 러시아 시인들의 작품과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자먀틴의 소설을 번역했으며 《뇌를 훔친 소설가》,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매핑 도스토옙스키》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푸시킨 작품집 번역에 대한 공로로 1999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으며 2000년도에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2018년 고려대학교 교우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more